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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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쓰기는 참 어려워!
2011.08.06 토요일 "하아히~!" 소리를 내며 영우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다시피 하였다. 아빠는 "아효~ 이런!" 하셨고, 나도 김이 빠져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똑같이 김빠진 콜라만 꿀꺽꿀꺽 들이켰다. 우리 가족은 올여름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빠, 엄마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휴일마다 비와 태풍이 약속이라도 한 듯 들이닥쳤기 때문에, 사실 이번 여름에는 그저 달력에 그려진 바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서 태릉에 있는 수영장 반값 쿠폰을 끊으셔서 바다는 아니지만, 고기를 굽고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잠시 놀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방학 중에는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
2011.08.11 -
황금 연필
2009.03.17 화요일 5교시가 끝나자 우리 반은 모둠별로 나가 선생님께 알림장 검사를 맡았다. 알림장 검사를 다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호준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상우야, 아까전에 그 파란색 파워레인저 연필, 니꺼 아니니?" 하였다. 나는 점심 시간에 5교시 수업 준비를 하면서, 맨 앞자리에 앉은 홍범이가 몽당연필을 쓰는 걸 보고, 새 연필을 한 자루 빌려준 일이 생각났다. 연필을 돌려주려나 보다 생각하고 "응." 고개를 끄덕였는데, 호준이가 다짜고짜 홍범이 뒤에 앉은 태국이에게 "거봐~! 상우거 맞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벙벙하였는데, 태국이가 눈을 흘기며 "아냐~! 이거 내거거든!" 하고 맞받아쳤다. 태국이가 쥔 연필은 내 연필이 맞았다. 그런데 태국이는 며칠 전에 잃..
2009.03.18 -
전화
2009.01.14 수요일 내일이면 담임 선생님께서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신다. 연수 기간이 길어서 개학을 해도 선생님 얼굴을 뵐 수가 없게 된다. 오늘이 아니면 방학 중엔 더 연락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 전화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릭~ 띠리리리릭~" 전화벨 소리가 꽤 오래 울렸는데도, 선생님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아, 역시 바쁘시구나!' 하고 전화기를 끄려는데, 갑자기 '탁~' 소리가 나더니, 선생님이 다른 누군가에게 뭐라 뭐라 하시고 나서 숨 가쁘게 "네~ 누구세요?" 하셨다. 나는 떨리는 소리로 "선생님, 저 상우예요!" 했다. "어? 상우니?" 선생님은 깜짝 부드럽게 끝말을 올리셨다. "선생님, 바쁘신가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상우도 ..
2009.01.15 -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2008.12 23 화요일 안녕하세요? 차재인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했던 날들이 눈앞에 뮤직 비디오처럼 펼쳐지면서, 가슴이 좀 먹먹합니다. 제가 전학 와서 아이들과 노느라, 선생님과 더욱 가까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죽겠어요. 항상 마음은 선생님을 보고 있었지만, 선생님께서는 늘 바쁘셨죠. 저희들 수업도 열심히 가르쳐 주시고, 남자 선생님이라서 학교 행사 때 무거운 짐도 많이 나르시고, 궂은 일도 도맡아 하셨죠. 선생님이 영어와 음악을 재밌게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던 모습과, 선생님 덕분에 컴퓨터 시간에 꼬박꼬박 컴퓨터실에 가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알아요! 선생님께서는 항상 우리 편이셨다는 걸요! 우리에게 자꾸 기회를 주셨고,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 하..
2008.12.23 -
2007.04.26 도자기 실습
2007.04.26 목요일 오늘은 이천 해강 도자기 마을로 현장 체험 학습을 갔다. 도자기 실습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알록달록 색이 칠해져 있는 비닐 하우스 앞에 줄을 서서 1반부터 5반까지 차례대로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짧은 책상을 이어 놓은 긴 책상이 네 줄로 있었다. 그 다음 1반부터 5반까지 짧은 책상 하나에 여섯명 씩 조를 나누어서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안이 쩌렁쩌렁 울리면서 "야,야! 조용히 해! 눈 감어, 손 머리! 눈 뜨면 이 앞에 불러낸다!" 하고 화를 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우리 전체는 화들짝 놀라 지시대로 따랐다. 다른 반 친구들은 3~4명이 걸려서 벌을 섰다. 그렇게 본보기를 해서 도자기 만들기를 시작했다. 도자기 선생님께서는 특히 흙을 조심해서 다루라고..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