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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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시다!
2008.10.24 금요일 5교시 쉬는 시간, 우리 반은 6교시 계발활동을 앞두고, 교실 이동을 준비하느라 한창 소란스러웠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막대기로 책상을 탕탕 치셨다. "지금 우리 반이 너무 소란해요! 좀 조용히 합시다!" 하셨는데, 아이들은 그 말을 깡그리 무시하듯 계속 떠들었다. 거의 컴퓨터 게임 이야기거나, 사소한 말다툼, 시시한 잡담이었는데, 마치 헬리콥터가 이륙할 때처럼 엄청난 소음이, 교실 안을 꽉 메웠다. 요 몇 주 전부터 계속 그랬다. 우리 반은 다 좋은데, 너무 시끄럽게 떠든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들으면 우리 반 떠드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어떨 땐 수업 시간에도 수업 내용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꽥꽥거리듯 떠드는 몇몇 아이들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내..
2008.10.27 -
2007.08.17 무궁화
2007.08.17 금요일 피아노 학원 가는 길에 나는 잠시 멈추었다. 그 이유는 무궁화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화사하고 예쁜 분홍색 무궁화가 지도 공원 언덕에 듬성듬성 피어있었다. 한 여름에 눈부신 핑크색 무궁화라! 황금색 태양과 공원을 뒤덮은 초록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져 더욱 예쁘고 상큼했다. 나는 무궁화를 한동안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궁화가 왜 우리 나라 꽃으로 선정되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무궁화에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빛과 냄새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무서워하는 벌이 날아와도 상관치 않고 무궁화를 바라보다가 '앗차!'하고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갔다.
2007.08.17 -
2007.04.04 이상한 개교 기념일
2007.04.04 수요일 오늘은 왠지 이상한 날이다. 어젯밤 나는 심한 감기 기운으로 갑자기 토하느라 잠을 설쳤다. 약을 먹고 간신히 잠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온 집 안이 대낮처럼 환하고 빈 집처럼 조용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나는 깜짝 놀라 이런 지각이군 하면서 가방을 찾았다. 그런데 엄마가 현관 옆 방에서 웃으시며 "잘 잤니? 오늘 개교 기념일이니까 푹 쉬렴." 하셨다. 그제서야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오랜만에 게으름을 피웠다. 집 안은 나 밖에 없는 것 처럼 조용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게다가 그 시끄러운 영우까지 미술 학원 가고 없으니 그야말로 내 세상이었다. 하지만 뭔가 낯설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는 것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처럼 ..
2007.04.04 -
2005.09.23 한자 쓰기
2005.09.22 금요일 나는 한자 시간에 한자를 늦게 써서 3분단 검사 때 나가지 못했다. 선생님은 "솔직히 한자 덜 쓴 사람 일어나 보세요." 했다. 아이들이 우물 쭈물 하면서 일어날 때 나도 일어났다. 선생님은 "앉으면서 한자쓰기를 일어서면서 잘 쓰자." 라고 하라 그랬다. 나는 그래도 그 벌이 재미있었다. 벌들은 손들기나 엎드리기 같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앉았다 일어났다 하니 악기 연주 같았다. 다음에 한자를 쓸때는 즐겁게 쓰고 검사 맡아야지.
200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