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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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위에 봉사활동
2013.06.27 목요일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다리에서 후루룩~ 힘이 빠져나가고, 온몸과 머리에서는 '힘들다, 힘들어!' 하는 말만 맴도는데, 내 발은 기계적으로 한걸음 한걸음 산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오늘 우리 학교가 봉사활동을 하러 인왕산 꼭대기를 향해 행군하는 중이다. 머리 위 뙤약볕은 내 몸을 녹여버릴 듯이 이글거리고 있다. 몸에서는 뜨거운 물에서 막 빼낸 빨래를 쫙~하고 짜는 것처럼 땀이 샘솟는다. 몸은 땀 범벅이 되어 미끄적흐느적거리면서 한걸음 내딛는 것도 힘겨울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 '이게 뭔 봉사활동이야?'하는 아이들의 불평 소리가 산을 메운다. 나는 처음엔 안간힘을 써서 선두에 나섰는데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어느새 같이 산을 오르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
2013.06.28 -
날 쓸어줘!
2010.06.09 수요일 나에게는 얼마 전에 새로운 1인 1역이 생겼다. 1인 1역은, 교실에서 한 사람이 한 구역을 맡아 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리수거, 우유 가져오기, 칠판 지우기, 선생님 심부름하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나는 원래 6학년 시작부터 분리수거라는 일을 세 번 잇달아 하였다. 얼핏 들으면 어려운 일 같지만, 사실은 1주일에 한 번 또는, 2주일에 한 번 콧노래를 부르며 친구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쓰레기 봉지를 분리 수거장에 퐁~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위, 바위, 보에 져서 2분단 청소를 하게 되었다. 1주일 내내! 나는 사실 청소가 그다지 싫지는 않다. 난 조금 지저분하지만 신기하게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작은 먼지라도 용납이..
2010.06.10 -
달려라, 철마야!
2010.06.06 일요일 현관문을 열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계단을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났다. 석희가 어느새 올라와 내 어깨를 잡으며 "상우, 잡았다!"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러 나온 석희와 나, 그리고 재호의 한편의 자전거를 탄, 서부 영화 같은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석희와 재호는 먼저 4단지 쪽으로 쭉~ 도망쳤다. 곧이어 나도 그들을 따라 달렸다. 영리한 석희는 큰길로 빠져서 멀리 나가는 듯하더니, 교묘하게 내 뒤로 다시 돌아와 달렸다. 그리고는 또 사라졌다. 나는 계속 헉헉거리면서 4단지를 돌았지만, 석희와 재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왠지 헛고생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중앙공원으로 가보았다. 역시나! 자전거를 탄 재호와 석희가 매복해있었다. 석희와 재호는 눈치채고 "야, 상우다..
2010.06.07 -
꿈과 그늘의 섬, 선재도
2008.07.27 일요일 오늘 우리는 대부도에 갔다가 쨍하고 개인 하늘 아래 선재도라는 섬을 발견했다. 마침 바닷길이 갈라져 있어 선재도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걸어가고 나오는 것이었다. 선재도로 들어가는 길은 모래밭과 갯벌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갯벌로 돌아 들어갔다. 갯벌 입구는 거의 단단한 땅이었고, 작은 게들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질퍽한 진흙땅이어서, 발이 푹푹 빠지고 작은 물고기와 소라게들이 많았다. 나는 질퍽한 갯벌을 늪지대 정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철벅 철벅 신나게 뛰어다녔다. 갯벌을 벗어나니 실크로드 같은 부드러운 모랫길이 나왔다. 모랫길을 건너니 선재도에 다다랐고, 울퉁불퉁 바위 밭이 섬 아래를 둘러쌓고 있었다. 섬 위에 있는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주어 사람들은 ..
2008.07.31 -
끔찍한 축구 시합
2008.05.16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운동장에 나가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시합을 하였다. 남자들은 제일 축구 잘하는 아이 2명을 주장으로 뽑고, 뽑힌 주장 2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자기 팀에 넣고 싶은 애를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팀이 다 채워져 가고, 나 말고 3명이 남았다. 나는 이성환이라는 애가 주장인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성환이는 나를 자기 팀에 넣어주지 않았다. 시합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나는 수비수 할 거야! 나는 공격 미드필더 할 거야! 하면서 역할을 정하는데, 나는 뭘 해도 못하니 딱히 할 게 없어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몸집이 커서 공을 잘 막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우르르 나를 골키퍼로 몰아세웠다. 난 마음속으로는 '어어, ..
2008.05.20 -
나의 첫 인라인 스케이트
2008.03.22 토요일 어제저녁, 난생처음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갖게 되었다. 나는 내일이 생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서 밤새 잠을 설쳤다. 꿈속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하늘로 날아올라 쌩쌩 달리다 몸에 불이 붙어버리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 안전 보호 장치를 팔꿈치, 손바닥, 무릎에 단단히 매고, 아빠의 손을 잡고 공원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공원 트랙 평평한 곳에서 왔다 갔다 하며 균형을 잡았다. 아빠가 앞에 서서 두 손을 내밀어 잡아 끌어주셨다. 발 모양을 일직선으로 하고 서 있으면, 다리가 바깥쪽으로 점점 벌어졌고, 발 모양을 오므리면, 다리가 안쪽으로 모이면서 엉켰다. 그래서 쉬지 않고 발끝을 오므렸다 벌렸다 하는 연습을 했다. 나를 끌어주는 아빠 발보다 내 인라인 스케이트가 더 빨리 미..
2008.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