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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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 -
눈 속에 푹 빠진 날
2010.01.04 화요일 저녁 8시, 나는 영우와 함께 심부름을 하려고, 아파트 단지에 산처럼 쌓인 눈길을 헤치고 상가로 내려갔다. 매일 보던 길이지만, 폭설에 잠겨서 처음 보는 곳처럼 낯설었다. 우리는 새하얀 눈의 행성에 처음 도착한 우주인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 저부적, 저부적~ 소금같이 수북하게 쌓인 눈 속을 걸어나갔다. 눈길은 가로등과 달빛에 비교도 안되게 하얀 운석처럼 빛났다. 눈이 적당히 쌓이면 환상적일 텐데, 도로를 포장한 듯 덮어버리니 어디를 밟아야 할지 분간이 안돼서 걸음이 위태위태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맘 놓고 걸어보고 싶은 길이 눈에 띄었다. 그곳은 원래 차도와 인도 사이에 화단을 심어놓은 넓은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비어 있고, 눈이 아이스크림처럼 푸짐하게 쌓여 있었다. ..
2010.01.06 -
짜릿한 피구 시합
2009.10.07 수요일 1교시, 강당에서 여자 대 남자로 피구 시합을 하였다. 모두 세 번의 시합을 했고, 나는 두 번째 시합까지 초반에 공을 맞아 탈락했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는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하는 각오로 임했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 틈에 섞여 공과 멀찍이 떨어져서 뛰어다녔다. 상대방 팀의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공을 던지려 하는 반대쪽으로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쳤다. 아이들이 슝슝~ 공을 던지는 걸 보면, 내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짜릿해서, 오른손을 주먹 쥐고 높이 들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여자팀의 이승희가 공을 높이 던졌다. 나는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뒷걸음질쳤는데, 어느 틈에 공을 받은 이예진이, 바로 내 뒤에서 칼을 잡은 것처럼 빠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
2009.10.08 -
바다와 맛조개
2009.07.25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벽에 서해안에 도착했다. 방학이라고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는 영우와 나 때문에, 엄마는 많이 지치고 화가 나셨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서 지옥 훈련이다! 밥도 너희가 하고 각오해랏!" 마침 서해안은 휴가철을 맞이하여, 물고기 잡기와 조개잡이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조금 잔 다음,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조개를 잡으러 갯벌로 들어갔다. 나는 조개를 잡기 전에 바다를 느끼려고, 찰방찰방 물을 차고 들어가 발을 담갔다. 그러자 언젠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위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고 밑은 차갑지만 부드러운 가루 얼음이 깔린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갯벌은 그 가루 얼음처럼 보송보송했다. 갯벌을 보드득 밟으며..
2009.07.28 -
마이클 잭슨 - 불멸의 라이브
2009.07.04 토요일 늦은 밤, TV에서 란 프로를 보았다.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을 때 했던, 유명한 공연이라고 해서 나는 열심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몇가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된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난 처음에 마이클 잭슨 노래보다 공연장에 사람들이 많은 것에 놀랐다. 마치 바다에 빠진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손을 높이 들어 허우적대는 것처럼, 엄청난 사람 물결이 쳤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열광하다 쓰러져서, 힘없이 쑥쑥 뽑혀나가는 갈대처럼 들것에 실려나갔다. 마이클 잭슨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언뜻 분간이 잘 안되었다. 긴 곱슬머리를 묶고, 곱상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예쁘고 높은 목소리로 힘있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두팔은 흐물흐물 문어처럼 자유롭게..
2009.07.06 -
시간은 소중하다!
2009.05.10 일요일 지난 금요일 선생님께서, "조금 있으면 학교 신문을 발행할 예정인데, 5,6학년은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로 했어요. 자~ 여기에 글을 써낼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셨다. 나는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낮 곰곰이 생각한 끝에, 시간의 소중함을 주제로 글을 썼다. 다 쓰고 난 뒤엔 한번 쭉~ 읽어보고 '흠~ 그런대로 괜찮군!' 생각했다. 그런 다음, 집 근처에 있는 트램펄린 놀이터가 문을 닫을까 봐, 시계를 본 뒤 놀이터로 부랴부랴 달려나갔다. 주장하는 글 -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이란 마치 마라톤 같다. 절대 끝이 안 날 것 같다가도, 언젠가는 끝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죽음 직전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모든 시간이 정리되면서 사람마..
2009.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