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6)
-
개미들이 떠내려가는 골짜기
2009.06.20 토요일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하교길, 간신히 붙잡고 오던 낡은 우산 살이 휘어지면서, 우산도 확 뒤집혔다. 내 몸은 더 젖을 것이 없을 만큼 스펀지 상태였다. 이제 물에 잠긴 놀이터 맞은 편 인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오르막이 보이고, 이 오르막만 넘으면 집 앞에 도착할 것이다. 이 오르막길에서는, 위쪽에서부터 흙길에 고인 듯한 빗물이 아래로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폭이 좁게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암벽들 사이로 흐르는 물길처럼 거침없었다. 그래, 그것은 세차게 물이 흐르는 깊고 긴 산골짜기와도 닮았다. 그런데 무언가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물길에 섞여 동동거렸다. 몸을 수그려 자세히 보니, 그 물길과 물길 주위로, 미처 비를 피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개미들이 허둥대..
2009.06.21 -
차 따르는 재미
2009.02.15 일요일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시내 중국집으로 자장면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벽면에 일자로 붙어 있는 자리 중, 맨 구석 창가 자리를 얻었다. 그곳은 옆 손님들과 너무 딱 붙은 비좁은 자리였다. 외투를 벗어놓을 자리가 없어, 엄마는 외투를 둘둘 말아 각자 등 뒤에 쿠션처럼 고이게 하셨다. 바로 내 옆엔 입가에 자장면 소스를 듬뿍 묻힌 어린 아기가, 나를 빙글빙글 재미있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식사가 나오기 전, 물 대신 돼지 저금통 크기만 한 찻주전자가 나왔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 나뭇잎 무늬가 있는 항아리 모양의 주전자였는데, 뚜껑 위에 얇은 손잡이도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찻잔도 딸려 나왔다. 나는 불쑥 엄마, 아빠에게 차를 따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른손을 쭉 뻗어..
2009.02.17 -
폭포 분수대
2008.08.15 목요일 나는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서 트라이더를 한바탕 신나게 탄 다음, 땀을 식히러 분수대 쪽으로 걸어갔다. 마침 땅에서 위로 총총 솟아오르며 아이들과 노는 분수대가 나더러 오라는 듯 손짓하였다. 그러나 나는 분수대를 외면하고 그 위에 있는 폭포 분수대 쪽으로 더 올라갔다. 왜냐하면, 지난 여름 분수대에서 놀다가 잠깐 분수가 꺼졌을 때, 호기심에 분수가 나오는 구멍에 엎드려서 얼굴을 바짝 대고, 언제 다시 물이 나오나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푸아~!' 하고 솟아오르는 물줄기에, 거세게 얼굴을 맞고 놀라서 뒤쪽으로 몸이 휘청하며 밀려나가더니, 코로 물이 들어가고, 코로 들어간 물이 입으로 다시 켁켁 나왔다. 안경에도 물이 차서 앞이 안 보여 비틀거리는 순간 다..
2008.08.25 -
더위 날리는 물총놀이
2008.07.31 목요일 오후 6시쯤 나랑 영우, 예민이와 석희는, 예민이 집 앞에 모여 물총놀이를 시작하였다. 우리 넷은 동시에 손바닥을 위아래로 아무거나 내서, 같은 면을 낸 사람끼리 짝을 지었다. 석희와 짝이 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에서 생수병에 담아온 수돗물을 물총 물탱크에 가득 채웠다. 나는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조금 뒤로 빼서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내 작은 물총에서 코브라가 독을 쏘듯 짜릿하게 '촤아' 하고 가는 물줄기가 앞으로 터져 나왔다. 영우와 같은 편이 된 예민이는, "영우가 우리보다 훨씬 어리니, 내가 항복하기 전까지 절대로 영우를 쏘지 말라!"고 부탁하였고, 그래서 우리는 예민이에게만 물총을 쏘았다. 처음 물총이 발사됐을 ..
2008.08.06 -
노래하는 분수
2008.04.05 토요일 우리 가족은 호수 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앞 광장으로 가서, 오후 내내 인라인 스케이트 연습을 하였다. 스케이트를 벗고 집에 가려는데, 방송에서 "잠시 후 7시, 고등학교 관악단의 특별 공연이 있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의 팔을 붙들며 "공연 보고 가요! 네?" 하며 졸랐다. 우리 가족은 분수대 맞은 편, 공연이 시작될 계단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공연 볼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우리 앞자리에 서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더 볼 수가 없어서, 무대 뒤 편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겨 마음껏 콩콩 뛰며 연주를 들었다. 생각보다 짧게 공연이 끝나서 아쉬워하며 가려고 하는데, 또 방송에서 "잠시 후엔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노래하는 분수의 공연이 펼쳐지겠습니다. ..
2008.04.06 -
2007.03.24 물 막기 놀이
2007.03.24 토요일 오늘은 가족과 함께 버스를 타고 스파렉스 사우나로 목욕을 하러 갔다. 찜질을 끝내고 나서 남탕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간단한 몸풀기 운동을 하였다. 아빠랑 영우랑 파도 건강탕으로 들어갔는데 영우는 물이 목까지 차올라서 아빠에게 딱 붙었다. 탕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처음 들어갔을 땐, 물이 차갑게 느껴져서 닭싸움을 하듯이 한쪽 발을 들고 물 속에서 깽깽이로 뛰었다. 그랬더니 차차 온도가 따뜻해졌다. 그런데 그 탕에는 한쪽 벽에 버튼이 3개 있는데 맨 오른쪽 걸 누르면 맞은 편에서 4개의 물줄기가 일제히 폭포처럼 솟구쳐 나온다. 나는 등으로 배로 물줄기를 막다가 "영우야, 적군이 처들어 온다! 같이 막자!" 해서 본격적으로 물 막기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
2007.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