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3)
-
과학실 가는 길
2010.06.25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에 앉은 선생님과 앞줄에 앉은 경훈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경훈이가 돌아서서 나에게 "상우야, 마침 잘됐다. 너도 학습부지? 나하고 같이 가자!" 나는 짐작하였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 시간인데, 과학 시간에 쓸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경훈이를 뚱깃뚱깃 따라나섰다. 우리 반에서 과학실로 가는 길은 꽤 멀다. 과학실은 우리 반에서 또르르르~ 계단을 두 층 내려가, 후관 복도를 가로질러서 별관 복도도 가로지르고, 또르르르~ 본관 복도 끝에 있다. 나는 계단과 복도를 미끄럼 질 치며 여행하는 것처럼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경훈이가 "이번엔 전..
2010.06.26 -
갈매기의 습격
2009.06.13 토요일 우리 가족은 한참을 돌다가, 바닷가 솔밭 가장자리에 돗자리를 폈다. 솔밭은 한여름이 아닌데도, 캠핑 나온 가족들과 텐트로 빽빽하였다. "우리도 텐트를 가져올걸~" 하고 영우가 부러운 투로 말했다. "야영하는 거 아니고 고기 구워 먹으러 온 거잖아~" 아빠는 숯불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먼저 발이 달린 우주선 같이 생긴 그릴 밑바닥에, 까맣게 그을린 숯을 집어넣고 불을 붙이셨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힘차게 불어서 불은 잘 붙지 않고, 우리 머리카락만 이마가 당길 정도로 뒤로 넘어가며 날렸다. 불은 바람 때문에 좁쌀만 한 불씨만 남겼다가 꺼졌다가 했다. 나는 주위에 있는 나무껍질을 모아다 그릴 속에 자꾸 집어넣었다. 어느 순간 빨간 불꽃이 조금씩 피어오르다가, 드디어 하얀 연기가 바..
2009.06.15 -
욕하는 아기
2009.02.22 일요일 일요일 저녁, 아빠 친구 가족을 만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밥을 대충 먹고, 식당 안에 있는 놀이방 게임기 앞에서 기웃거렸다. 오락기 앞에는 아이들이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신나게 타다다닥~ 버튼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구경이라도 하려고, 게임을 하는 아이 자리 뒤에 바짝 파고들어 앉았는데, 바로 옆에서 째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병신아, 꺼져! 여기는 내 자리야!" 그 소리의 주인공은 아직 걸음걸이와 몸짓도 엉성한 아기였다. 한 3살쯤 되었을까? 우리 바로 옆자리에서 어떤 중학교 2학년 형아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조그만 아기가 비키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그것도 욕을 하면서! 중학교 형아는 아기를 보고 어이가 ..
2009.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