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12)
-
출판사 <북인더갭>에 숨은 뜻
2013.05.11 토요일 오늘은 중간고사가 끝난 주말이라 오랜만에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눈을 뜨니 감기 기운 때문에 코가 막히고 온몸이 힘 빠진 고무줄처럼 이불 위에 푹 늘어진다. 다시 잠이 헤롱헤롱 들려고 하는 순간, 퍼뜩 오늘 북인더갭 출판사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 떠올랐다. 나는 화다닥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며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상우야, 머리 감을 시간 없는데~ 약속 시간 늦겠다아~!" 나는 수도물을 틀어 머리에다 꽂아넣듯이 하고, 샴푸를 묻혀 주차작~ 주차작~ 머리를 감았다. 북인더갭은 일산에 있는데, 일주일 전 사무실을 다른 블럭으로 옮겼다고 한다. "엄마, 이사를 했으면 집들이 선물이 필요 해요!" 나는 들떠서 동네 시장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들고 일산으로 향했다. 아빠는 힘차게 운전을 ..
2013.05.12 -
버스 정류장 찾아가는 길
2010.12.20 월요일 "은철아, 여기가 어디야?", "나도 몰라, 어헝헝~!"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하늘은 주황색 감빛으로 물들었다. 금세 주위는 더 어두워지고, 도로 옆 숲에 숨어서 누군가가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붜우 워우~!" 도로 옆에 바로 난 기와집 마당에 묶여 있는 개들이 큰소리로 우리를 향해 짖었다. 나와 은철이는 서로 팔을 꼭 붙들고 "괜찮아, 저건 그냥 개야!" 위로하며, 개를 향해 답례로 동시에 "으루루루, 워워~!" 짖어주었다. 오늘 학교가 끝나고 나와 은철이, 지호는 모두 성환이 집으로 놀러 갔다. 성환이 집은 학교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내가 타고 다니던 양주역까지 가는 마을버스와는 반대 방향이고 번호도 낯설었다. 처음엔..
2010.12.22 -
환경운동연합에서 저녁 먹기
2010.09.27 월요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오려니 몸이 조금 피곤하였다. 집에 와서 손발을 씻고 저녁을 먹고 잠깐 눈이나 붙일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셨다. "여보세요? 응, 그랴~ 어, 상우하고 영우만 집에 있는데! 응? 저녁 지금 막 먹었는데? 또? 그랴~ 됐어, 됐어." 할머니께선 전화를 끊으시더니 아직 아래층에 있던 영우에게, "영우야, 아직 배 더 고프니?" 물으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에서 저녁 먹는데 같이 먹자 하네!", 영우는 "네! 가고 싶어요!" 하였다. 참! 여러분께 우리 외삼촌을 이야기해 드렸나? 우리 막내 외삼촌은 유모 감각이 넘치는 분이다. 그리고 변호사이며 환경 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나는 ..
2010.09.29 -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
2010.09.11 토요일 나는 얼마 전에 TV에서 나온 감동적인 영화, 를 보고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서 읽은 책 중에 개 키우기에 관한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는 귀여운 개와 주인과 친하게 지내며 교감을 하는 개의 사진들이 애틋하게 실려 있다. 어느덧 나는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가 분화구처럼 폭발하게 되었다. 음, 개를 보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이 개와 친하게 지내고 재미있게 놀며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면, 나도 그러고 싶다. 물론 개가 짖고, 털이 많이 빠지고, 사료비에 예방 접종, 똥 누고 오줌 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털이 안 빠지고 잘 짖지 않는 종의 개도..
2010.09.14 -
눈 내리는 점심 시간
2009.12.08 화요일 4교시 과학 시간이 끝나고, 현국이와 학교생활 이야기를 하며 교실 뒤를 나란히 어슬렁어슬렁 걷는데, 갑자기 현국이가 "눈이다~!" 하며 창문 쪽으로 푸두두닥~ 뛰어갔다. 뛰어가면서도 "눈이다!" 하는 현국이의 짧고 큰 외마디가, 벌써 내 눈을 시원하게 깨우는 것 같았다. 나도 몇 분 전부터 공기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하늘에서 눈이 퐁야퐁야 내리고 있다. 나도 창문으로 달려가 "나도 좀 보자!" 하고 현국이를 밀어내고, 창밖을 바라보며 "후아아~!"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사탕에 개미가 꼬이듯 바글바글 창 앞으로 모여, "진짜 눈 와?", "와! 눈이다아~! 눈이야아~!" 외쳤다. 눈은 촘촘하게 짜진 그물처럼, 엄마가 나물 위에 뿌리는 깨처..
2009.12.09 -
중남미 박물관, 아를 식물원 - 여름 방학 견학문
2009.08.22 토요일 1. 중남미 조각 공원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은,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나누어진 두 개의 건물과 야외 조각 공원, 중간에 작은 식당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곳이었다.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작품을 만지거나, 작품 앞에 그어놓은 빨간 선을 넘으면 안되었는데, 영우가 자꾸 그것을 어기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나와서, 야외 조각 공원으로 들어설 때야 비로소 숨을 크게 쉬며 입을 벌렸다. 조각 공원으로 들어가는 아치 모양의 새빨간 벽돌문을 통과할 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 눈이 한바탕 빙그르르 돌았다. 거기는 공원이 아니라 꼭 사원 같았다. 공원은 평평하지가 않고, 신전으로 향하는 것처럼 계단과 언덕이 가파르게 이어졌다...
2009.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