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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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2010.09.30 목요일 "야, 어떻게! 우리 차례야! 빨리빨리~!" 내 앞에 은철이는 비장하게 이 말을 남기며, 대기실에서 강당 무대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무대에서는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커다랗게 줄을 돌렸다. 나는 1초 정도 어리버리해져서 가만히 있다가 얼른 무대로 뛰어나갔다. 관객들은 볼 새가 없었다. 벌써 2번째 주자인 경래가 넘고 있었다. 나는 4번째다. 긴장감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퍼져서, 등골에서 얼음물이 흐르는 듯한 차가움이 쫙 퍼졌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관객석 오른쪽 앞줄에 있던 엄마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서 막 은철이가 돌고 나온, 거대한 도넛 모양의 줄 안으로 뛰어들고, 두 발을 왼발부터 차례로 들어 올려 줄을 넘고 줄 밖으로 뛰쳐나갔다. '첫 번째를 무사히 ..
2010.10.02 -
벌아, 쏘지 마!
2009.09.26 토요일 우리 가족은 광릉 수목원 근처에 있는 분재 공원에서 산책했다. 막 분재로 꾸며진 비닐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올 무렵이었다.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는 정원에서, 돌탑을 기지 삼아 영우랑 지구 정복 놀이를 하며 뛰놀다가 엄마, 아빠를 뒤쫓아 가려는데, 갑자기 큰 벌 하나가 내 주위를 붕붕 돌다 사라졌다. 나는 순간 놀랐다가 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오른쪽 목 뒷쪽이 간지러우면서 뭔가 척~ 붙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온몸이 떨렸다. 나는 뒷목에, 물컵에 맺힌 물방울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단지 끌껍 끽~ 침을 반 정도만 삼키며, 두 눈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굴렸다. 그리고 머릿속엔 끔찍한 기억이 ..
2009.09.28 -
해파리와 함께 수영을
2008.08.09 토요일 우리 가족은 1년 만에 기지포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왔다. 아빠와 나와 영우는 해수욕을 하려고 나란히, 바다로 이어지는 갯벌을 따라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썰물이 시작된 때라 바다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우리는 촉촉촉 발자국을 남기며, 바늘처럼 따갑게 내리꽂는 햇볕을 맞으면서 바닷가로 달렸다. 눈앞에 바닷물이 넘실대자 가슴 속이 펑 뚫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와 영우, 아빠는 동시에 멈칫하고 서서, 발끝 앞에 접시처럼 엎어져 있는 어떤 물체를 보았다. 보자마자 해파리란 걸 알 수 있었다. 해파리는 작은 미니 피자 크기였고, 투명한 우유빛이어서, 속에 박힌 4개의 파란 내장 기관 같은 원모양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나는 독성이 강한 붉은 해파리가 아닌 것에 일단 안심했고,..
200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