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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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기를 기다리며
2016.01.28 목요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끝이 없는 바다를 바로 코앞에 마주하고 있으니, 모든 어지러운 생각이 해안가에 부서지는 파도 거품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날씨가 흐려 일출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아침 7시, 내게는 방학 내내 일어나 보지 못했던 시간이건만, 여행지에 와서 일출을 볼 생각에 자연스레 눈이 깼다. 다시 누워서 더 자고 싶었다. 그러기로 했다. 뜨는 해를 보는 기대감도, 뜨는 해와 같이 부지런한 사람이 되겠다는 계획도, 모두 이불속에 묻고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퍼뜩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생각을 어지럽게 한다. 방학하기 얼마 전 체육시간, 1학년 아이들과 축구를 하던 날, 축구실력이 출중하고 부담스럽도록..
2016.01.30 -
북경여행을 앞두고
2014.08.06 수요일 '여행'이란 두 글자는 얼마나 오랜만에 써보는 단어인가? 언젠가부터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걸 좋아하는 나의 내향성과 어디 놀러 가기에는 부담이 되는 우리 집의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몇 년간 여행이란 단어를 써 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 7월 말, 친할아버지, 할머니 생신 때 대구에 내려갔다가, 생신 축하하는 자리에서 할아버지는 당장 전화로 중국행 비행기를 예약하셨다. 할아버지께서 우리 가족 네 명과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총 여섯 가족의 북경여행을 예약 상담하는 동안 나는 그 옆에서 기분이 얼떨떨했었다.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시는 데다 그 고민과 애증을 항상 격한 말투로 풀어내셔서 듣고 있자면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2014.08.06 -
기적의 태양
2009.12.03 목요일 5교시 과학 시간 그렇게 기다려왔던,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배우는 우주 단원에 처음 들어갔다. "모두 과학책 65쪽을 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이들은 모두 매끄럽게 수루락~ 책을 펼쳤다. 우주 단원의 첫 장은, 보석처럼 총총총 우주에 박힌 별들과 인공위성, 그리고 가장 멀리에서 찬란한 빛을 비추는 태양이 있는 그림으로 시작하였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내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우주와 맞닥뜨린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선생님께서 리모컨을 멋지게 잡고 TV 화면 쪽으로 손을 쭉 뻗어 버튼을 누르셨다. TV에는 과학책과 비슷한 그림이 떴다. 선생님이 바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 마우스를 토돗~ 네 번 누르시고 나니까, TV 속 그림 위에 노란색 네 가지 글귀들..
2009.12.05 -
2007.07.28 하조대 해수욕장
2007.07.28 토요일 나는 처음에는 해파리가 나타났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피서객이 생겼다는 방송을 듣고, 무서워서 하조대 해수욕장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근처 모래밭에서만 뒹굴었다. 동해안의 모래는 몸에 스며들 것처럼 하얗고 부드러워서, 모래 찜질만 하루 종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바다는 또 어떤가! 눈에 담을 수도 없을만큼 넓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거대한 다이아몬드처럼 푸르렀다. 그것은 눈이 터지도록 아름다운 우리 나라 동해 바다였다. 나는 처음에 해파리를 겁냈으나 그 아름다운 푸른 물에 빠져들 듯 끌려 들어갔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발이 푹 빠지도록 깊었다. 나는 튜브에 둥둥 매달려 돌고래가 된 기분으로 바닷물의 찰랑거림과 부드러움을 느끼..
200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