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10)
-
노래하는 분수
2008.04.05 토요일 우리 가족은 호수 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앞 광장으로 가서, 오후 내내 인라인 스케이트 연습을 하였다. 스케이트를 벗고 집에 가려는데, 방송에서 "잠시 후 7시, 고등학교 관악단의 특별 공연이 있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의 팔을 붙들며 "공연 보고 가요! 네?" 하며 졸랐다. 우리 가족은 분수대 맞은 편, 공연이 시작될 계단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공연 볼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우리 앞자리에 서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더 볼 수가 없어서, 무대 뒤 편 잔디밭으로 자리를 옮겨 마음껏 콩콩 뛰며 연주를 들었다. 생각보다 짧게 공연이 끝나서 아쉬워하며 가려고 하는데, 또 방송에서 "잠시 후엔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노래하는 분수의 공연이 펼쳐지겠습니다. ..
2008.04.06 -
나뭇잎 나라
2007.11.04 일요일 날씨도 좋고 햇빛이 아까워 우리 가족은 물과 김밥과 새우깡을 싸가지고 서둘러 공순영릉으로 갔다. 공순영릉에 가니 많은 가족들이 가을을 느끼려고 우리처럼 나무 냄새도 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공순영릉 안의 산책 길은 노랑, 주황, 갈색, 황금 빛 나뭇잎들이 카페트처럼 촤르르 깔려 있었는데, 어떤 곳은 발이 움푹 빠지도록 쌓여서 혹시 수렁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였다. 겁이 없는 영우는 온 공원 안을 내 세상이다 하고 벼룩이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부엉 부엉!" 외치며 뛰어다니는 영우의 모습이 숲의 왕자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워 아픈 내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고, 피톤 치드라도 마음껏 들이마시자고 코로 ..
2007.11.07 -
2007.08.15 나의 첫 해돋이
2007.08.15 수요일 나는 지금 하조대 해수욕장 바다 앞 모래 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뜨는 해를 보려고 앉아있다. 지금 시각은 새벽 4시 30분이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이렇게 있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중요한 건 내가 태어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해돋이를 본다는 것이다. 그것도 광복절을 맞이하여!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잔뜩 낀 구름 끝 사이가 차츰차츰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발 밑의 파도가 무서웠다. 검은 파도가 집어삼킬듯이 거세게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 파도 속에서 거대한 고래라도 솟아올라 나를 덮칠까 봐 조마조마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해를 보려고 모여있었다. 어느 새 구름 전체가 붉게 물들었고 순식간에 온 바다가 핓빛으로 물들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
2007.08.15 -
2006.05.31 꼭대기
2006.05.31 수요일 우리는 지방 선거를 마치고 행주산성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행주산성 담벼락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 가족은 행주산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 양쪽은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힘들어서 땀을 많이 흘렸다. 맨 꼭대기에 올라 왔을 땐 탑이 하나 있었는데 탑 근처에서 아래를 보니 엄청나게 많은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래에는 강물과 주택들이 보였다. 강물 위에는 빨간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 위에는 차들이 빼곡히 차여 있었다. 나는 산 위에서 이런 멋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가지며 "아!" 소리를 질렀다.
200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