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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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8강 응원기
2010.06.26 토요일 밤 11시! 결전의 날이다!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비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는 긴장되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소파에 굳어버린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우루과이 국가가 연주될 때, 제목이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을 달라!'여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나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엄마, 아빠 손을 한쪽씩 잡았다. 우루과이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긴장이 되어, 콧등에 주름을 잡고 엄마, 아빠 손을 더 꽉 끌어당겨 안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공을 잡으면, 콧등에 주름을 풀고 가슴을 휴~ 쓸어내렸다. 전반 전 10분쯤에 우루과이 골이 터졌을 때, 아빠는 "하아~!" 하시며 소파에서 마룻바닥으로 털썩 내려앉으셨다. 하지만, 나는 ..
2010.06.28 -
재미있는 세 권의 책
2009.01.22 목요일 나이는 5살이지만 친구처럼 느껴지는 꼬마 소녀 마틸다! 난 올해 12살이 되는 상우라고 해. 부모님이 앉아서 TV만 보라고 강요하는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책을 사랑하는 네 모습이 존경스러워. 걸핏하면 학생들의 머리채를 잡고 던져버리는, 사랑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이 포악한 트런치불 교장 선생님 밑에서, 숨 막히는 학교생활을 해야 했지. 나 같으면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가버렸을 거야. 특히 항상 교장 선생의 의심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음모를 밝혀낸 그 용기, 정말 대단하다! 마틸다, 만약에 네가 우주를 뛰어넘은 공간을 발견하고,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집을 만든다고 떠들고 다녀도, 나는 네 말을 믿을 거야. 넌 계획성 있고 침착하니까! 만약에 한 나라에 천분의 ..
2009.01.23 -
꼴찌를 위하여
2008.05.06 화요일 5일간에 기나긴 휴일이 끝나고 다시 학교 가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운동회 날이기도 하고! 무거운 책가방은 벗어던지고, 모자를 쓰고 물병만 달랑 손에 들고 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직 교실에는 아이들만 몇몇 와있고, 선생님은 안 계셨다. 나는 김훈이라는 아이와 미국 광우병 수입 소 이야기로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께서 쌩하고 들어오셔서 칠판에 '운동장으로 나가기'라고 적어놓고 다시 급하게 나가셨다.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 연설을 듣고, 국민 체조를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회에 돌입하였다. 오늘은 소 체육대회라서 그렇게 많은 행사는 없었다. 줄다리기, 각 반에서 모..
2008.05.07 -
2007.03.16 체육 시간
2007.03.16 금요일 우리 반은 체육 시간에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였다. 남자 여자 두 줄 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남자가 먼저 달렸는데 정글짐 모래밭 앞에 반쯤 박혀있는 타이어 여러 개를 뺑그르르 돌아서 다시 자기 팀으로 돌아와 다음 선수에게 터치하는 것이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겁이 나고 긴장이 되어 온 몸을 푸르르 떨었다. 왜냐하면 순간 1, 2학년 때 달리기를 꼴지해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나는 정면으로 앞을 보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손을 내밀어 우리 선수가 터치해 주길 기다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뛰기 시작했는데 두 손을 주먹 쥐고 마음 속으로 '이야아아아!' 소리 지르며 달렸다. 두려운 기분과 바람처럼 시원한 기분이 섞여 묘했다.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때 저만치서 다른..
2007.03.16 -
2006.06.14 폭우
2006.06.14 수요일 피아노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청나게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우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옷이 젖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우산도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따라 달리기라도 하는 것 처럼 휘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신발에 발바닥이 차가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더니 발에 기분이 점점 꿉꿉하고 추워지고 있었다.마치 물이 새고 있는 배 같았다. 나는 내 옷속으로 가슴을 타고 빗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것을 알고 빨리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비는 바지 속으로도 흘러 내렸다.그런데 마지막으로 엄청난 일이 또 일어났다. 집앞에 다와 갈때 물이 흐르는 공원 내리막 길에서 신발이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쿵 찍었다.덕분에 안경은 젖어 버렸고..
200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