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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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날아가 버린 원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
2011.01.16 -
거짓말처럼 내린 우박
2010.11.08 월요일 오늘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 친구들은 축구를 하는 대신에 카드 게임을 하러 우르르~ 어디론가 몰려갔다. 나는 카드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 오랜만에 일찍 집으로 향했다. 5단지 쪽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에 먼지 같은 구름이 깔렸다. 그리고는 곧 우릉쿠릉쾅~! 푸른 빛의 섬뜩한 천둥번개가 쳤다. 나는 '비가 오려나?' 생각하면서 아침에 혹시나 몰라, 실내화 주머니 안에 우산을 챙긴 일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였다. 그 순간 내 머리 위로 작은 돌 같은 것이 톡! 떨어졌다. 이크! 꼭 작은 자갈돌을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그런 것들이 비가 쏟아지듯이 하늘에서 투두두두~ 떨어졌다! 나는 마구 뛰어 가장 가까운 편의점 천막 아래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2010.11.10 -
감사했어요! 선생님!
2009.12.22 화요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지도 1년이 다 되어 작별해야 하네요. 어제 제가 방학 중에 전학을 갈 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선생님과 2학기 수업까지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행입니다. 이제 저는 전학을 가게 되어, 선생님과 복도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못하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강렬한 인상은 영원히 못 잊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 중에, 제가 아팠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죄송하고 마음이 아파집니다. 제가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고, 교실이 흔들릴 정도로 기침을 해대며, 토까지 나오고 난리였을 때,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는 저보고 조퇴하고 집에 가서 쉬라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조퇴가 잦은 게 싫었고, 공부가 하고 싶어서..
2009.12.23 -
시간이라는 선물 - 2008년을 보내며
2008.12.31 수요일 2008년이 몇 시간 안 남았다. 나는 두 손을 깍지껴서 머리 뒤에 베개 삼아 고이고, 몇 시간째 방바닥에 꼼짝않고 누워있다. 그러면 2008년에 있었던 일들이 오래된 영사기로 돌리는 영화처럼 천천히 차르르르~ 눈앞에 흘러간다. 어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보가 쿡 터지고, 어떤 장면에서는 얼굴이 찡그려지고, 어떤 장면에서는 '아!' 하고 탄성이 나온다. 2008년은 나에게 너무 많은 추억을 선물하였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냥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밖에 없구나! 이제 다시는 못 볼, 내가 살아가는 시간 중에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해로 남을지도 모르는 2008년을 보내야 한다. 서서히 작동이 멈춰가는 배를 떠나, 새로 항해할 수 있는 배로..
2008.12.31 -
2007.07.03 급식 시간
2007.07.03 화요일 기말 고사가 끝나고 급식 시간이 되었다. 기나긴 4교시 동안의 기말 고사가 끝나자 우리 반 전체가 다른 날보다 소란스러웠다. 그만큼 속이 시원했나 보다. 나도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장수처럼 홀가분하였다. 오늘은 우리 4모둠이 급식 당번을 맡은 날이라서 급식을 나누어 주러 급식 차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4모둠이 급식 차가 도착한 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내가 급식 차를 발견하고 혼자 앞 문으로 나와 교실 안으로 급식 차를 끌어왔다. 우리 모둠은 가장 조용한 모둠부터 차례대로 불러 급식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우리가 5모둠을 부를 때였다. 5모둠 아이들은 다 조용한데 진혜와 새롬이만 떠들어서 둘은 빼고 불렀다. 그랬더니 나중에 급식을 받을 때 새롬이는 아무 말 없었는데 진혜..
2007.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