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8)
-
땀 비 쏟아지는 체육 시간
2011.04.13 수요일 1교시 시작하기 전이다. 나는 교실에 남아 아직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시간에 늦지 않게 커다란 고양이에 쫓기는 생쥐처럼, 복도 계단을 2칸씩 뛰어 내려간다. 현관문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잽싸게 달려나가니, 모래 먼지가 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새의 부드러운 깃털로 간지르는 것처럼 목이 간질간질하다. 이제 남은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후다닥 오고, 체육 선생님께서 저벅저벅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체육 선생님께서 손을 위로 올리시며 "달려~!" 하시자마자, 맨 앞줄부터 아이들은 앞을 향해 주르르륵~ 밀리듯 달려나간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시간에 쫓겨 교복 와이셔츠 위에 체육복을 덧입다 보니, 금방 땀이 흐르고 몸을 찜통 속에 가둔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2011.04.14 -
호수공원에서 만난 가을
2010.10.10 일요일 오늘은 일산에 있는 호수공원에 갔다. 나와 영우가 시험 준비 기간인데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투닥투닥 다투니까, 엄마가 그 꼴을 못 보시겠다며 어디론가 가자고 하셨다. 엄마는 가을의 정취도 느끼고 야외에서 공부도 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배가 고파 호수에 가까운 풀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엄마가 싸온 맛있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주먹밥, 김밥, 할머니가 시골 산소에 갔다가 따오신 토실토실 익은 밤, 할아버지께서 사오신 호두과자, 사과, 참외, 엄마는 이렇게 많은 것을 싸서 오셨다. 우리는 먹이에 굶주렸던 다람쥐처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주섬주섬 각자 배낭에서 공부할 것을 꺼내었다. 하지만, 공부를 얼마 시작한 지도 안 됐는데, 어느새 나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바지를 입..
2010.10.14 -
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2010.06.13 -
자전거를 타고 달려라!
2010.05.22 토요일 "자! 처음에는 아빠가 밀어줄게, 그럼 넌 핸들을 조종해서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봐!" 오늘 새로 배달 온 자전거의 첫 연습은 균형 잡기였다. 처음에는 자꾸 넘어지기만 했는데, 차차 오래 버티고 균형 잡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에 들어갔다. 아빠는 뒤에서 한번 세게 밀어주시고, 나는 왼발은 페달을 밟고 있고 오른발로는 땅을 한 번, 두 번, 세 번 힘껏 친 뒤에, 재빨리 페달에 올라 발을 구르는 것이었다. 말로는 쉽지만 내가 석희의 자전거를 타보았을 때, 이것에 계속 실패하여서 다시 실패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서 다시 도전했다. 나의 자전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달려주었고, 어느샌가 나도 더 ..
2010.05.29 -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2009.10.03 토요일 나는 엄마, 아빠가 최근에 알고 친분을 갖게 되신 어떤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아빠, 엄마가 월요일 저녁마다 공부하는 학당에서 만난 할아버지인데,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었던 것이다. 그 할아버지 댁은 3단지였는데,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바로 맞아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분만 사시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실 벽과 책장 유리면에, 귀여운 아기들 사진과 가족사진이 수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 "권상우입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자,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느냐고 물으셔서, 안 다닌다고 했더니, "잘했네! 오랜만에 학생다운 학생을 보는구나!" 하..
2009.10.05 -
이 때우기
2008.07.24 목요일 치과에 영우 앞니를 뽑으러 따라갔다가, 나도 간 김에 같이 검사를 받아보다. 그런데 뜻밖에 영구치인 어금니가 조금 썩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병원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웠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취하지 말고 그냥 하자!" 하며 이 때울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누운 채로 선생님을 흘깃 올려다보며 "아픈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할 거야." 선생님은 입을 크게 '아' 벌리라 하고는, 말랑말랑한 초록색 천을 이 때울 자리만 남겨놓고 입안 전체에 착 덮어씌웠다. 그리고는 몇 번을 "더 크게 아~!" 한 다음,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집게 같은 것으로 위아래 입술을 찝어서 고정했다. 그랬더니 나는 붙잡힌 상어처럼 입을 아 벌..
2008.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