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탁(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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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첫날
2008.04.28 월요일 나는 교탁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듯 놀란 얼굴로, 눈을 다람쥐처럼 일제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에, 이쪽은 서울에서 온, 어, 서울에서 온 거 맞니?" 하시며 선생님께서 뜸을 들이신 다음, "신능초등학교에서 온 권상우라고 한다!"하고 내 소개를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오오~!"하며 바람 소리 같은 것을 내었다. 선생님께서 "상우야, 친구들한테 할 말 있니?" 하셔서, 나는 "네~."하고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얘들아, 안녕? 우리 앞으로 학교생활 같이 재미있게 잘해보자!" 나는 웃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내가 다른 데서 왔다고 따돌리거나 무시..
2008.05.03 -
강낭콩 심는 날
2008.04.22 화요일 오늘은 선생님께서 우리가 준비해 온 페트병에, 며칠 동안 불려놓았던 강낭콩 씨를 심어주시는 날이다. 나는 아빠와 함께 페트병 입구를 똑바로 잘라 주둥이를 천으로 둘둘 막고, 거꾸로 세워서 깔때기처럼 깐 다음 그 안에 부드러운 흙을 담아왔다. 그 흙을 아기가 덮을 이불이라 생각하며! 2교시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서 강낭콩에 대해 말씀하실 때, 나는 강낭콩 씨 심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목이 빠져라, 선생님을 우러러보았다. "강낭콩은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요. 35도쯤에서 잘 큰다고 하죠." 그리고 3교시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차례대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페트병에 물을 받아오라고 하셨다. "수돗물을 틀고 받으면 물이 막 튀겠죠? 그러니까 두 손을 모아서 이렇게 받아 병에 담으..
2008.04.23 -
회장 선거
2008.03.06 목요일 나는 오늘 있었던 회장 선거에서 떨어졌다. 떨어질 땐 마음이 아팠지만, 예상했던 일이라 지금은 덤덤하다. 사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과연 나에게 몇 명이나 투표 해줄까였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으며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투표수로 가늠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길은 내게 너무 멀었다. 반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6명의 후보가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 나는 그 안에도 끼지 못하였다. 후보 중에서 남자 3명, 여자 2명이 채워졌을 때, 남은 여자 후보 1명을 남기고 내가 예은이를 추천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6명이 다 차자, 선생님께서 이 중에 혹시 기권할 후보 없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러자 남자 후보 1명이 손을..
2008.03.08 -
선생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
2008.02.14 목요일 오늘따라 선생님은 유달리 바빠 보이셨다. 내가 헐레벌떡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오셨나 힐끔 교탁을 보았을 때, 의자에 선생님 외투가 걸려 있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신 듯했다. 잠시 후 교실로 돌아오신 선생님은 어딘가 급히 전화를 거시더니, 3학년 연구실로 또 가버리셨다. 종업식 날조차 바쁘신 선생님이 나는 아쉽기만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 오뚝이 눈알처럼 두 눈을 왔다갔다하며 선생님을 부지런히 쫓았다. 우리는 방송으로 교장 선생님의 따분한 연설을 들으며 종업식을 맞이하였다. 선생님은 오늘 좀 달라 보이셨다. 머리를 완전히 풀고 오셨기 때문이다. 항상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고 다니셨는데, 머리를 푸시니까 자유로운 대학생처럼 보이셨다. 내..
2008.02.15 -
2007.06.19 선생님과 팔씨름
2007.06.19 화요일 2교시 쉬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컴퓨터가 있는 교탁 주위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들어있었다. 나는 뭔 일 났나? 하고 끼어들어 봤더니 선생님과 반 친구가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끙 무너졌다. 선생님께서는 "어째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팔씨름을 더 잘하는 것 같다." 하셨다. 그러다가 우리 반에서 제일 세다고 알려진 가람이가 선생님과 팔씨름을 겨루게 되었다. 처음엔 막상막하였다가 가람이가 이기려 하니까, 아이들이 "김 가람! 김 가람!" 하다가 선생님 쪽으로 기우니까 "선생님! 선생님!" 하고 외쳤다. 어떻게 팽팽하던지 선생님 이마에도 가람이 이마에도 산처럼 주름이 졌다. 결국 가람이가 지니까 아이들은 감히..
2007.06.19 -
2007.06.16 자라와 미꾸라지
2007.06.16 토요일 오늘 내 친구 지훈이가 5번째 쯤으로 우리 반에 어항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평범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온 것이긴 하지만, 그건 자라와 미꾸라지였다. 나는 궁금증이 3가지가 생겼다. 첫째, 자라는 몰라도 대체 어디서 미꾸라지를 구하였는가? 둘째, 어항 물이 왜 이리 쬐끔 밖에 안 채워졌는가? 그리고, 어항의 칸도 좁은데 왜 더 좁아지게 커다란 돌 무더기들을 갖다가 넣었는가? 이 세 가지는 나중에 지훈이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자라와 미꾸라지부터 살펴 보았다. 나는 쉬는 시간마다 교탁 위에 있는 그 어항을 보러 앞으로 나갔다.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모여 들었다. 처음에는 겁이 좀 났지만 차츰 자라의 등 껍질도 만져보고 머리도 쓰다듬었다. 미꾸라지는 만져보..
2007.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