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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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신고 처음 본 연극
2011.05.28 토요일 오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극을 보았다. 6월에 있을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해단식을 앞두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오늘 그동안 활동했던 기자들이 대학로에 모여 연극도 보고 식사도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약속 장소로 오는 내내 마음이 우울했다. 요즘 나는 사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아직도 나는 모든 게 미숙한데 주위에서는 내게 완벽한 행동과 현실성을 요구한다. 마치 나는 채식주의 상어인데, 엄청 용감하고 물고기 잡는 데 앞장서는 사냥꾼 상어이기를 강요받는 현실에 나는 자꾸만 자신감을 잃는다. 나는 도서관에 있다가 허둥지둥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신발이 없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약속 시각에 늦을까 봐 급하게 구한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거리를 걸어야 했다...
2011.05.31 -
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2010.09.30 목요일 "야, 어떻게! 우리 차례야! 빨리빨리~!" 내 앞에 은철이는 비장하게 이 말을 남기며, 대기실에서 강당 무대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무대에서는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커다랗게 줄을 돌렸다. 나는 1초 정도 어리버리해져서 가만히 있다가 얼른 무대로 뛰어나갔다. 관객들은 볼 새가 없었다. 벌써 2번째 주자인 경래가 넘고 있었다. 나는 4번째다. 긴장감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퍼져서, 등골에서 얼음물이 흐르는 듯한 차가움이 쫙 퍼졌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관객석 오른쪽 앞줄에 있던 엄마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서 막 은철이가 돌고 나온, 거대한 도넛 모양의 줄 안으로 뛰어들고, 두 발을 왼발부터 차례로 들어 올려 줄을 넘고 줄 밖으로 뛰쳐나갔다. '첫 번째를 무사히 ..
2010.10.02 -
2007.09.20 굳은 아이들
2007.09.20 목요일 드디어 우리 반이 무대에 서는 차례가 되었다. 아이들은 연습을 한대로 무대에 있는 자기 자리를 찾아 섰다. 나는 맨 끝 줄 한가운데에 떨리는 마음으로 섰다. 7살 미술 학원 재롱 발표 때 이후로 친구들과 공연을 하려고 관객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 게 처음이라 쑥스럽고 떨렸다. 전주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 나오자, 우리 3학년 4반은 약간 당황하여 처음 동작을 놓쳤지만 그런데로 잘 움직여 나갔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옆에 친구들을 슬쩍슬쩍 보니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있고 몸 동작이 작았다. 앞에 선 아이들도 몸 동작이 작고 뻣뻣해서 이건 공연이 아니라 배고픈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서 구걸을 하려고 어설픈 몸짓을 하는 것 같았다. 앞에서 동작을 맞춰주시던 담임 선생님 얼굴도 점점 굳..
200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