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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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리다!
2010.07.21 수요일 우리 반 선생님은 한 학기가 끝나가도록, 체육 시간에 축구보다는 줄넘기를 더 많이 시키셨다. 우리는 특히 월드컵 때문에 축구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 체육 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축구시합을 하는 반을 보며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께서 드디어 허락하셨다. 장장 2교시 동안, 1반과 4반과 번갈아가며 축구 경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우리 반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별로 없어서 축구는 꼴찌였다. 그런데 1반은 몹시 어려운 상대다. 체육 잘하는 아이란 아이는 모두가 뭉친 반! 1반과는 딱 2번 축구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1골도 득점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1반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확인해야 했었다. 역시 이번에도 처음에는 1반이 앞서는가 했다. 1반은 경기..
2010.07.24 -
나의 8강 응원기
2010.06.26 토요일 밤 11시! 결전의 날이다!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비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는 긴장되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소파에 굳어버린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우루과이 국가가 연주될 때, 제목이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을 달라!'여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나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엄마, 아빠 손을 한쪽씩 잡았다. 우루과이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긴장이 되어, 콧등에 주름을 잡고 엄마, 아빠 손을 더 꽉 끌어당겨 안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공을 잡으면, 콧등에 주름을 풀고 가슴을 휴~ 쓸어내렸다. 전반 전 10분쯤에 우루과이 골이 터졌을 때, 아빠는 "하아~!" 하시며 소파에서 마룻바닥으로 털썩 내려앉으셨다. 하지만, 나는 ..
2010.06.28 -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
2008.11.15 -
얘들아, 가지마!
2007.11.25 일요일 오늘은 내가 큰맘 먹고 반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원래는 우석이, 우석이 동생 서진이, 민석이,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우석이는 갑자기 어디 갔는지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없었고, 민석이는 목욕탕 간다고 못 왔다. 그래서,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만 우리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놀다가 집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공놀이를 하려고, 축구공을 가지고 공원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놀고 싶어 했는데, 내가 청소년 수련관 앞에 있는 운동장에서 놀자고 우겨서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이미 동네 형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축구 연습이 한창이었다. 현승이가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모두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
2007.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