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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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해부하다!
2011.07.11 월요일 쿡쿡~ 하고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마취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 발버둥치던 개구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늘어져 있으니 생물이 아니라 그냥 인형 같았다. 오늘 3,4교시 과학 시간은, 지난주에 하기로 했다가 1주일이나 미루었던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는 죽지도 않은 것을 잔인하게 해부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빠질까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실험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까지 완벽 무장을 하니 오히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실험은 마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개구리를 바글바글 담은 상자를, 마취 에탄올이 가득 든 유리 솥까지 옮겨갈 때부터 난리가 났다. 개구리가 황소개구리여서 큰 것은 힘이 ..
2011.07.12 -
동생과 샤워를!
2010.07.06 화요일 영우랑 나는 학교 끝나고 나서, 두 시간 쯤 축구를 하고 놀았다. 우리 몸은 사우나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벌레가 허물을 벗듯이, 옷을 홀딱 벗고 샤워부스 안에 들어갔다. 나는 먼저 샤워기를 높은데다가 고정하고, 물을 틀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졌다. 우리는 잡혔다가 풀려난 물고기처럼 몸을 닿는 대로 적시고, 입안에도 떨어지는 물을 한 움큼 물고, "가가가각~!" 한 다음에 풉~ 뱉어내었다. 나는 더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싶어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는데, 영우는 "우게겍~!" 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었다. 할 수 없이 미지근한 물로 온도를 맞추었다. 나는 이번엔 샤워기를 들고 얼굴부터 물을 맞고, 한 바..
2010.07.07 -
선생님 특기는 과일 자르기
2009.04.16 목요일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덩이였던 내 사과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확히 딱 반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라서,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과를 통과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달한 냄새 나는 사과 물을 뚝뚝 흘리며, 선생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교탁 위에는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이, 내 사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오늘 미술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 나뭇잎을 가져와, 선생님이 과일과 채소를 잘라주시면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맛있게 먹는 수업을 했다. 나는 겉이 약간 올록볼록하고, 한 부분은 잘 익은 빨간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주황, ..
2009.04.18 -
기브스하던 날
2008.12.19 금요일 어제 힘찬이 교실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다친 오른쪽 발목과 발등이, 저녁내내 심하게 부어올랐다. 나는 발을 높이 올리고 얼음찜질을 하면서, 고단하게 밤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아빠, 엄마와 병원에 올 수 있었다. 엄마가 병원 문을 열고, 아빠가 나를 업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빠가 접수를 하는 동안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종합 병원 안에는 마침 다리 아픈 환자들의 모습이 유달리 눈에 잘 띄었다. 목발을 짚은 사람도 있고, 기브스를 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좀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긴장한 상태로 다시 아빠 등에 업혀 정형외과로 향했다. 나는 아빠의 등 위에서 의사선생님을 내려다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였다. 의사 선생..
2008.12.21 -
이 때우기
2008.07.24 목요일 치과에 영우 앞니를 뽑으러 따라갔다가, 나도 간 김에 같이 검사를 받아보다. 그런데 뜻밖에 영구치인 어금니가 조금 썩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병원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웠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취하지 말고 그냥 하자!" 하며 이 때울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누운 채로 선생님을 흘깃 올려다보며 "아픈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할 거야." 선생님은 입을 크게 '아' 벌리라 하고는, 말랑말랑한 초록색 천을 이 때울 자리만 남겨놓고 입안 전체에 착 덮어씌웠다. 그리고는 몇 번을 "더 크게 아~!" 한 다음,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집게 같은 것으로 위아래 입술을 찝어서 고정했다. 그랬더니 나는 붙잡힌 상어처럼 입을 아 벌..
2008.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