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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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떨어진 영화, 변호인
2013.12.23 월요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생이라 어려서 그분을 잘 몰랐다. 그저 어른들 대화를 통해 흘려 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소탈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 그리고 그분은 어른들 술자리에서 욕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아빠가 서럽게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기 때 내가 폐렴에 걸려 응급실에서 죽었다 살아났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아빠가,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 쓸 정도로 슬퍼했던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나는 그 죽음의 이유가 너무 어이없음에 분노했고, 한나라의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었다. 서민 출신이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했던 민..
2013.12.24 -
항문외과 의사의 단호함
2013.09.25 수요일 얼굴이 씨뻘개지고 머리에서부터 식은땀이 지리릭~! 전기에 감전되듯 온몸으로 흘러내렸다. 눈앞은 캄캄해지고 머리는 차갑고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안 나오는 똥을 포기하고 변기 뚜껑을 닫았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오늘 아파서 학교에 못 갔는데요, 진작 전화를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래, 상우야, 어디가 아픈데?", "저... 치질 앓고 있던 게 도졌나 봐요. 너무 아파서..." "어~ 어... 그랬구나, 그럼 내일 결석계 가지고 오너라~" 선생님의 자상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난생 처음 가 보는 항문외과 병원 문을 열자,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간호사 아주머니께서 "오늘은 의사선생님께서 멀리..
2013.09.26 -
경복궁은 왜 이렇게 넓은 거지?
2010.10.22 금요일 오늘 우리 학교 6학년은,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서울 서대문 형무소와 경복궁에 견학을 오는 날이다. 친구들은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오지만, 나는 도시락을 메고 걸어서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다. '학교를 멀리 다니니 이런 일도 생기는군!' 나는 여유롭게 약속 시간에 맞추어 산책하듯 길을 나섰는데, 오늘따라 이른 아침 햇살이 얄밉게 따가웠다. 사직동 터널을 지나니 시야가 트이고, 대번에 독립문 입구가 보였다. "아~ 맑다!"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형무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 반 아이들과 만나, 곧바로 서대문 형무소로 들어갔다. 서대문 형무소는 고문을 모형해 놓은 곳이 공사 중이라 빨리 나와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경복궁으로 이동하였다. 뭐랄까? 언제나 걸어 다..
2010.10.25 -
판의 미로
2010.05.18 화요일 비디오 가게에서 를 빌려 보았다. 는 그 언젠가 텔레비전 예고편을 보고, 꼭 한번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피를 뒤집어쓴 여자 아이가 나와, 나와 영우를 아빠 품 속으로 숨어들게 하였다. 나는 이 영화를 꿈과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는, 재미있고 행복한 영화인 줄로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시작부터 으스스한 게 무서운 분위기를 풍겨왔다. 그리고 1944년, 스페인의 내전 상황이라는 자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영화가 막을 올린다!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전쟁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함께 반군을 막아주는 군 주둔 시설로 간다. 그 속에서 새 아버지와 새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와 살게 된다. 그러나 새 아버지는 천하에 악독한 대령이다. 꼭..
2010.05.21 -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9.03.27 금요일 오늘 단원평가를 마쳤다고 아빠가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너무 어려웠다. 나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반신반의하면서 덤덤하게 극장으로 들어갔다. 인도 뭄베이의 빈민가 출신 자말 말리끄는, 통신사에서 차 심부름꾼 일을 하다가, 백만장자 되기 퀴즈 대회에 출전했다. 의사나 변호사도 출전해서 6000루피 이상을 못 땄다는데, 자말은 모든 문제를 척척 맞추고 천만 루피나 되는 엄청난 상금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가난하고 배운 적도 없는 청년이 어떻게 어려운 퀴즈 문제를 다 맞추었느냐며,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경찰에게 체포당해 전기 고문까지 받게 된다. 자말은 절대로 속임수를 쓴 적이 없다고 하고, 영화는 자말의 기억..
200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