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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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비가 내리는 언덕
2008.10.19 일요일 오후에 엄마랑 영우와 산책하러 나갔다. 영우가 숙제로 나뭇잎을 모아가야 한다며 아파트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나, 둘 주웠다. 나는 "아! 예쁜 나뭇잎이 많은 곳을 알고 있어! 따라와!"하고는 어제 친구들과 처음 가 보았던 5단지 산책로를 찾아 달려갔다. 우리는 놀이터를 따라 내려와 차들이 달리는 아파트 앞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 마지막에 붙어 있는, 509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돌계단을 날듯이 뛰어올라갔다. 잃어버린 보물을 찾기라도 하려는 기세로! 계단을 올라가니 구불구불한 산책로 양옆에 아담한 풀밭이 펼쳐져 있고, 빨간 나뭇잎들이 장미꽃 이파리처럼 여기저기 부슬부슬 떨어져 있었다. 영우는 "우와~! 진짜 색깔이 예쁘다!" 하고 좋아하며 풀밭에 코를 박듯 엎드려 나뭇잎을..
2008.10.21 -
전학 첫날
2008.04.28 월요일 나는 교탁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듯 놀란 얼굴로, 눈을 다람쥐처럼 일제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에, 이쪽은 서울에서 온, 어, 서울에서 온 거 맞니?" 하시며 선생님께서 뜸을 들이신 다음, "신능초등학교에서 온 권상우라고 한다!"하고 내 소개를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오오~!"하며 바람 소리 같은 것을 내었다. 선생님께서 "상우야, 친구들한테 할 말 있니?" 하셔서, 나는 "네~."하고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얘들아, 안녕? 우리 앞으로 학교생활 같이 재미있게 잘해보자!" 나는 웃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내가 다른 데서 왔다고 따돌리거나 무시..
2008.05.03 -
작은 별
2007.12.17 월요일 3교시 음악 시간이 되었다. 처음엔 라는 노래를 몇 번 합창한 다음, 서 미순 선생님께서 오늘은 을 하겠다고 하셨다. 그게 뭐냐면, 라는 교육 시스템으로 들어가서 선생님 아이디로 로그인하고, 을 클릭한다. 그러면 노래 제목이 쫘르르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클릭하시는 노래 전주를 들어보고, 그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르면 된다. 대신에 한 번 불렀던 사람은 다음 노래 때 또 일어서도 되지만, 아직 안 부른 사람이 일어서면 양보해야 한다. 노래가 시작하자 처음엔 주로 승호와 가람이가 불렀고,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흥이 나면 몸을 들썩들썩 거리며 나만의 율동을 만들어 움직였다. 나도 불러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선뜻 내키질 않았다. 왜냐하면, 노래..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