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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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2015.03.28 토요일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 책들' 출판사 최인훈의 '광장'처럼 교과서에서 배우는 소설부터, 할머니의 피난 경험담까지, 현대사회에서 전쟁이 낳은 참상을 아는 방법은 아주 많다. 이 책은 좀 다르다. 전쟁의 참상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단 한 구절도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쟁이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망치는지 알 수가 있으므로. 하지만, 주인공 '조나단 노엘'이 신체적인 장애가 있거나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셋방살이 집세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고, 지각이나 결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성실한 은행 경비원이며 친절한 이웃이다. 적은 봉급이지만, 30년 동안 단칸방에 살면서 검소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에게는 나름의 여윳돈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2015.03.22 -
33세의 우리 할아버지
2011.04.06 수요일 케이크는 아담한데 나이가 많아서, 초를 꽂아놓을 자리가 빡빡했다. 오히려 케이크보다 초가 위협적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78세가 되어서, 내 생일 케이크에 더 초를 꽂을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우울할까? 오늘은 우리 외할아버지의 78번째 생신이다. 할아버지는 인생을 아주 검소하게 사셨고, 그래서 자식들이 칠순 잔치해주는 것도 거절하셨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반찬 한번 바꾸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오늘 맞는 생신은 우리가 함께 살고 있으므로, 거창하지는 못하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정성껏 축하해드리고 싶었다. 평소에 뇌경색이라는 병을 앓고 계셔서 표정이 굳으셨고 말씀도 잘 못하시지만, 언제나 우리를 걱정해주시고..
201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