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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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5 사나운 바람
2007.03.05 월요일 학교 끝나고 교문을 나서자 바람이 아주 사나웁게 몰아닥쳤다. 학교 옆 나무들은 춤을 추듯 흔들렸고 옷자락이 팔락거렸다. 게다가 춥기까지 하였다. 내 두 볼은 꽁꽁 얼어있었다. 나는 덜덜덜 떨면서 집으로 갔다. 바람은 멈췄다 싶더니 더 큰 바람을 데리고 와서 더 세게 몰아쳤다. 나무가지는 흔들렸다. 나는 너무 얼어서 한발짝 가는 것도 힘들었다. 나는 제발 태양이 떠서 이 추위를 멎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면서 하늘을 보니 놀랍게도 맑고 깨끗했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땅은 이토록 바람이 쌩쌩 불어 난리라니 뭔가 궁합이 맞지 않는 날씨다! 나는 지름길로 가보려고 공원 정자가 있는 잔디 광장으로 가로질러 갔는데, 바람은 더욱 심해 살을 찢을 것처럼 무섭게 불었다. 그 넓은..
2007.03.05 -
2007.01.09 재롱 발표회
2007.01.09 화요일 오늘은 내 동생 영우의 재롱 발표회 날이다. 우리 가족은 6시에 라임 오렌지 나무 미술 학원으로 갔다. 학원 안에 도착하자 학원 선생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영우의 차례가 되었다. 영우는 음악에 맞춰서 "합합" 하며 통통 뛰었다. 나는 그걸 보니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히히, 그녀석 귀엽기도 하지.' 하고 생각하였다. 춤이 끝나자 내 동생 영우가 대기실로 들어가고 나는 우뢰같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영우가 나오는 중간 중간마다 손을 흔들어 주고 격려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퀴즈를 풀고 장기 자랑을 하여서 상품을 탔다. 재롱 발표회가 끝나도 나는 놀이터에서 약간 놀며 옛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2007.01.09 -
2007.01.01 제야의 종소리
2007.01.01 월요일 나는 감기는 눈을 자꾸 손가락으로 잡아 올리며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었다. 난 밤 10시부터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난 해의 태양이 지고 새 해의 태양이 더 크게 솟아나는 기분이 들었고 내 귀로 새 해를 알리는 종소리를 생생히 듣고 싶었다. 드디어 종이 치자 '댕!" 하고 몸이 움찔하면서 나도 허물을 벗는 느낌이었다. 나는 우리 가족을 안아 주면서 "모두 새 해 축하해요!" 하고 나서 바로 곯아 떨어졌다.
2007.01.01 -
2006.12.03 결혼식
2006.12.03 토요일 오늘은 아빠의 친구 두 명이 41년 만에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머리를 빗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결혼식장으로 서둘러 출발했다. 차가 얼마나 막혔는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결혼식장에 가나?' 했다. 한 친구는 3시에 한 친구는 3시 반에 우리 가족은 쉴 새 없이 뛰어 다녔다. 두번째 친구 결혼식에서는 자리를 잡고 결혼식 하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천장과 벽에는 반짝거리는 보석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었고 목사님의 설교는 까다롭고 쩌렁 쩌렁 하였다. 오늘따라 강희 아저씨는 힘이 넘쳐 보였고 신부는 웨딩드레스가 거추장스러워도 괜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혼을 하는 이유는 자손울 퍼뜨려 인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2006.12.03 -
2006.09.24 잠자리
2006.09.24 일요일 우리 가족은 호수 공원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정자가 있는 언덕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우가 "잠자리야, 잠자리!" 하고 외쳤다. 그래서 뛰어가 봤더니 아빠가 벌써 2마리를 잡아 놓았다. 영우와 나는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잡을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 채를 잡고 덤벼 들었다. 하늘엔 수 없이 많은 잠자리 떼가 전투기 부대처럼 어지럽게 날아 다녔다. 나는 이리 펄쩍 뛰고 저리 펄쩍 뛰면서 소란스럽게 잠자리를 잡으려고 설쳤다. 그럴수록 잠자리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흩어졌다. 이건 아니지 싶어 마음을 진정하고 나뭇가지에 앉은 잠자리에게로 살금 살금 다가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짝 잠자리채를 덮었다. 아! 빨간 고추 잠자리 였다.
2006.09.24 -
2006.08.04 바다로 가는 밤길
2006.08.04 금요일 우리는 승민이 형아네 가족이랑 화성 휴게소에서 만나 서해안 신진도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밤에 만나는 바람에 너무 어두워진 밤길을 끝도없이 달렸다. 서산 톨게이트 지나 시골길로 접어드니 갑자기 무언가 달라졌다. 밤 하늘에 별이 잘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하나, 둘 아니 수백개가 촘촘촘 빛나고 있었다. 시골 길을 계속 달릴 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개구리 울음 소리가 우리를 따라 왔다. 그리고 나무들이 춤추는 것처럼 바람에 구부러져 있었다. 나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보았다. 온몸 속으로 밤바람의 시원함이 퍼져 왔다. 나는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밤중에도 이렇게 세상이 잘 보인다는 것을! 어디선가 짜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신진도 항구에 도착한 것이다. 밤바다..
200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