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탈출하기
2010. 3. 21. 09:00ㆍ일기
<황사 탈출하기>
2010.03.20 토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집에 어떻게 가나 내내 걱정이 되었다. 황사 때문에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끔찍하게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서는, 하늘과 나무도 생명을 잃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기울어가는 것처럼, 노란색에서 더 진하고 기분 나쁜 뿌연 똥 색으로 뒤바꿔져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에는 집에 오는 게 겁이나, 학교에 조금 더 남고 싶었지만, 석희와 함께 마스크 안에 물 적신 휴지로 입을 가리고 현관을 나왔다. 학교 밖의 분위기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 모습 같았다. 하늘은 온통 황토색에, 황사 그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도 않는 빗방울이 가끔 툭, 툭~ 떨어졌다.
아이들은 꼭 도망치는 행렬처럼 이어져서 가고 있었다. 석희는 "이거 꼭 무슨 전쟁 나서 피난하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내려가는 언덕은 정말 우울하였다. 뿌연 황사 때문인지 아이들 모두가 길잃은 아이들처럼 보였다. 그 황사 안에 있으니, 슬픈 생각만 떠오르고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하는 것처럼 괜히 '시간을 다시 돌려준다면 훨씬 더 열심히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서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도 우울해 보였다. 꼭 선생님이 과학 시간에 보여주신 '2012'라는 재난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듯, 차들은 더욱더 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고, 수많은 사람이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석희에게 "그래, 이건 전쟁이야! 앞으로 몇 분 후면 무서운 황사 외계인들이 도착하고! 우리는 빨리 도망쳐야 해!" 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꼭 사막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낯선 풍경 속에서, 나와 석희는 답답해서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그런데 그동안 마스크와 적신 휴지로 이중 보호를 받고 있던 내 폐가, 갑자기 들어온 탁하고 뿌연 공기에 놀라, 기침이 나오고 머리가 띵한 것이 어질거렸다. 석희도 "아, 어지럽다! 야, 어서 다시 마스크 써!" 라고 하였다.
그 뒤로 집에 가는 길 내내, 우리는 꼭 인공호흡기를 단 사람처럼 숨소리를 크게 "흐음, 후우~" 하며 황사를 헤쳐나갔다. 그때 점점 하늘이 노란빛에서 원래의 빛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석희는 "아직 평상시와는 다른 것 같지만 숨쉴만 해!" 하고 적신 휴지를 뗐다. 그래도 나는 폐를 위해서 마스크를 계속 썼다. 잠시 뒤 석희 집 앞에 잠깐 들렸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마스크를 팍~ 벗었다. 우리 둘은 동시에 "예전에는 신선한 공기가 이렇게 맛있는지 미처 몰랐어!" 하며 두 팔을 벌렸다.
2010.03.20 토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집에 어떻게 가나 내내 걱정이 되었다. 황사 때문에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끔찍하게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서는, 하늘과 나무도 생명을 잃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기울어가는 것처럼, 노란색에서 더 진하고 기분 나쁜 뿌연 똥 색으로 뒤바꿔져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에는 집에 오는 게 겁이나, 학교에 조금 더 남고 싶었지만, 석희와 함께 마스크 안에 물 적신 휴지로 입을 가리고 현관을 나왔다. 학교 밖의 분위기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 모습 같았다. 하늘은 온통 황토색에, 황사 그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도 않는 빗방울이 가끔 툭, 툭~ 떨어졌다.
아이들은 꼭 도망치는 행렬처럼 이어져서 가고 있었다. 석희는 "이거 꼭 무슨 전쟁 나서 피난하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내려가는 언덕은 정말 우울하였다. 뿌연 황사 때문인지 아이들 모두가 길잃은 아이들처럼 보였다. 그 황사 안에 있으니, 슬픈 생각만 떠오르고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하는 것처럼 괜히 '시간을 다시 돌려준다면 훨씬 더 열심히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서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도 우울해 보였다. 꼭 선생님이 과학 시간에 보여주신 '2012'라는 재난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듯, 차들은 더욱더 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고, 수많은 사람이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석희에게 "그래, 이건 전쟁이야! 앞으로 몇 분 후면 무서운 황사 외계인들이 도착하고! 우리는 빨리 도망쳐야 해!" 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꼭 사막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낯선 풍경 속에서, 나와 석희는 답답해서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그런데 그동안 마스크와 적신 휴지로 이중 보호를 받고 있던 내 폐가, 갑자기 들어온 탁하고 뿌연 공기에 놀라, 기침이 나오고 머리가 띵한 것이 어질거렸다. 석희도 "아, 어지럽다! 야, 어서 다시 마스크 써!" 라고 하였다.
그 뒤로 집에 가는 길 내내, 우리는 꼭 인공호흡기를 단 사람처럼 숨소리를 크게 "흐음, 후우~" 하며 황사를 헤쳐나갔다. 그때 점점 하늘이 노란빛에서 원래의 빛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석희는 "아직 평상시와는 다른 것 같지만 숨쉴만 해!" 하고 적신 휴지를 뗐다. 그래도 나는 폐를 위해서 마스크를 계속 썼다. 잠시 뒤 석희 집 앞에 잠깐 들렸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마스크를 팍~ 벗었다. 우리 둘은 동시에 "예전에는 신선한 공기가 이렇게 맛있는지 미처 몰랐어!" 하며 두 팔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