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구경

2010. 3. 1. 09:10일기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4단지 길고 긴 길을 순식간에 달렸다. 4단지의 끝에 다다라서야 숨을 흐크, 흐크~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반대로 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409동 앞 놀이터에서 멈춰서 놀이터를 바라보았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시간을 보니 9시 40분이 다 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아무도 없는 놀이터 높이 세워진 나무판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밤이라 온통 검은색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검은 구름 사이에 이상하게 아침처럼 빛나며, 하얀 구름이 있었다. 나는 그 구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구름이 조금씩 걷히면서, 꼭 진주같이 크고 푸짐한 달이 빛나고 있었다. 달빛에 구름이 흩어지듯이 구름에 구멍이 나면서, 네모난 창문처럼 뚫린 구름 사이 구멍으로, 달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자리를 옮겨 조금 더 높은 진한 갈색 놀이터로 가 누웠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나 혼자 누우니 꼭 정글에 있는 판자 집에 누운 것 같았다. 달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달빛은 나를 촤르르 비춰주고 나는 달빛에 둥실 떠오른 기분이었다. 이렇게 높은 높이에서 달을 보니 참 좋구나! 달은 연못처럼 내 마음을 텅 비워주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 밤에 나오는 것을 많이 무서워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밤이 좋았다.

그 고요함! 마치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는 조용한 느낌! 달은 꼭 내게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웃음을 씩~ 짓고 계속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은 여전히 떠있고, 나는 꼭 무인도에 정착해서 혼자 달을 보는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달은 마치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아주는 것 같았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엄마, 아빠가 떠올랐다. 벌써 10시 30분이 되었다. 나는 올 때보다 더 빨리 달렸다.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