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의 졸업식

2010. 2. 22. 09:06일기

<6학년의 졸업식>
2010.02.18 목요일

오늘은 6학년 선배들이 졸업하는 날이다. 우리 5학년은 오늘을 위해,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고 어제 총연습을 마쳤다. 하지만, 나는 6학년을 썩 축하해주고 싶지만은 않았다.

6학년 선배들은 자기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욕을 하고, 학교에서도 불량학생처럼 건들건들 걸음도 이상하게 걸었다.

또 머리 모양도 뾰족뾰족하게 하고, 표정도 웃는 얼굴 없이 이상하게 짓고 껄렁껄렁 거리면서, 그게 멋있는 줄 알고 다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노래 연습을 할 때도 입만 뻥긋 뻥긋하고, 6학년들 앉을 의자를 나르는 일을 할 때도, '도대체 6학년들이 우리한테 뭘 해줬기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생각했다.

심지어는 옆에 있는 애들한테 "야, 넌 6학년들이 마음에 들어? 우리만 보면 욕만 하는데,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하며 투덜거렸다. 오전 9시30분, 우리 반 전체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강당으로 이동했다. 강당에는 졸업을 앞둔 6학년 선배들과 5학년의 많은 아이가 와 있었다. 우리 반은 어제 연습했던 대로, 우리 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윽고 6학년 선배들의 학부모들이 하나, 둘씩 강당으로 모이고, 어느새 강당은 꼭 오페라 공연장처럼 꽉 차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무렵 나는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6학년 선배들을 축하해주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더욱 안 좋은 길로 나가게 하는 길이 아닐까?' 또 축하의 꽃다발을 안고 물밀듯이 밀려드는 선배들의 부모님을 보았다. '저 사람들도 다 선배들의 부모님인데, 자기 자식이 졸업식 날 후배한테 축하도 못 받고, 뒤에서 욕이나 먹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 어떤 부모가 자식이 축하받지 못하는 것을 기뻐할까?' 하는 생각이 드니, 내가 지금까지 너무 못되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습을 건성으로 했건만, 나는 마음을 바꿔먹고 누구보다 열심히 축하해주려고 노력하였다. 5학년 대표가 6학년 선배들에게 송사를 읊을 때도, 조용히 마음속으로 6학년 선배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축복했다. 선배들을 위해 축가를 부를 때도 내가 제일 크게 불렀다. 그런데 축가를 크게 부르다 보니, 이상하게 점점 음이 높아졌다!

나중에는 숨이 찰 정도로 높아져서, 거의 여자 소리처럼 목소리가 아아~ 떨리면서, 이상하게 꺄아아~ 염소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주위에 아이들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풉~ 하고 웃었고, 노래가 끝나고 나서는 "야, 너 진짜 웃기더라!", "맞아, 뒤에 있는 선생님이랑 학부모님들도 널 이상하게 쳐다보던 걸!" 하였다. 나는 그냥 피식~ 웃으며, 속으로는 '내 노래만큼, 6학년 선배들의 앞날이 크고 원대하기를!' 하고 생각했다.

6학년의 졸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