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라, 눈 폭탄!

2009. 1. 18. 19:30일기

<던져라, 눈 폭탄!>
2009.01.17 토요일

나는 오후 늦게 영우와 집 앞 놀이터로 나갔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니 너무 행복해서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뽀드득 치익~ 내리막길을 미끄러지자, 놀이터 입구에 우뚝 솟은 오두막 집이 보였다.

"어! 저기 경훈이다!' 나는 오두막 옆쪽에서 걸어나오는 친한 친구, 경훈이와 동생 지훈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와 영우는 "툭 파사사~" 눈길을 제치고, 경훈이와 지훈이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우리가 달려오는 걸 알아차린 경훈이가,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지훈이에게 말했다. "쟤네들 분명히 우리한테 눈 던진다!" 경훈이 말이 딱 맞았다. 나는 경훈이에게, 영우는 지훈이에게 눈 뭉치를 던졌다. 내가 던진 눈이 경훈이 잠바에 "펑~!" 맞으며, 경훈이가 "오메~!" 하고 소리쳤고, 영우가 지훈이에게 던진 눈은 빗나갔다.

우리는 얼떨결에 곧바로 눈싸움에 들어갔다. 나랑 경훈이, 영우랑 지훈이 이렇게 짝을 지었다. 나랑 경훈이는 나무로 만든 배모양 놀이기구를 기지로 삼고, 영우와 지훈이는 놀이터 옆 소나무 숲을 기지로 선택했다. 배팀과 숲 팀으로 나누어, 우리는 전쟁하듯 눈 폭탄을 던지며 펑펑 격렬하게 싸웠다.

나는 눈 폭탄을 확보하려고, 나뭇가지로 바닥에 있는 눈을 박박 긁어 배에 퍼담았다. 그런데 자꾸 영우와 지훈이가 쳐들어와 배 안에 눈을 빼앗아 갔다. 나와 경훈이는 던지는 힘이 셌는데, 동생들은 동작이 잽싸서 눈을 잘 피했다. 한번은 동생들 기지로 쳐들어갔다가, 손놀림이 빠른 영우가 눈을 팍팍 뭉쳐, 쉬지 않고 눈덩이를 만들어 던지는 바람에, 쫄래쫄래 도망을 쳐야 했다.

얼마나 놀았는지, 볼이 맞은 것처럼 아파져서 내가 "얘들아, 너무 추운데 저 오두막에 들어가자!"하였다. "저기 들어간다고 뭐 달라지겠어?"하고 경훈이가 말했지만, "그래도 허허벌판보다는 낫잖니?"하며 놀이터 입구 오두막 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둥그렇게 모여앉아 불을 쬐는 시늉을 하였다. 모두 장갑에서 물이 떨어질 만큼 축축하게 젖었고, 손이 숯불처럼 새빨갰다. 정말 불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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