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07.25 토요일 밤이 되자 텐트촌은 모기들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텐트촌 관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여기저기서 모깃불을 피우느라 바빠졌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모기불 피우는 법을 익혔다. 텐트촌 가장자리에, 마른 소나무 잔가지가 짚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소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주워들었다. 아빠는 우리 텐트 앞마당에 흙을, 꽃삽으로 싹싹 파서 둥근 구덩이를 만드셨다. 우리는 그 구덩이에 소나무 잔가지들을 넣었다. 그런 다음 아빠는 권총같이 생긴 화염 방사기의 끝을 잔가지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딱~ 당겼다. 불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몇 번을 딱딱딱딱 하니까, 기다란 총 끝에서 시퍼런 불이 튀어나와 소나무 잔가지들을 감쌌다. 소나무 잔가지들에 불이 붙기 ..
2009.07.29 -
바다와 맛조개
2009.07.25 토요일 우리 가족은 새벽에 서해안에 도착했다. 방학이라고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는 영우와 나 때문에, 엄마는 많이 지치고 화가 나셨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서 지옥 훈련이다! 밥도 너희가 하고 각오해랏!" 마침 서해안은 휴가철을 맞이하여, 물고기 잡기와 조개잡이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조금 잔 다음,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조개를 잡으러 갯벌로 들어갔다. 나는 조개를 잡기 전에 바다를 느끼려고, 찰방찰방 물을 차고 들어가 발을 담갔다. 그러자 언젠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위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고 밑은 차갑지만 부드러운 가루 얼음이 깔린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갯벌은 그 가루 얼음처럼 보송보송했다. 갯벌을 보드득 밟으며..
2009.07.28 -
내 가슴에 떨어진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
2009.07.21 화요일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아주 귀한 책 한 권을 읽었다. 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두 달 전,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분이 살아계셨을 때의 추억과 그리움과 아픈 마음을, 여러 어른이 각자 추모 형식으로 글을 써서 모아 낸 것이다. 첫 장을 열면 나오는 추모시부터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어떤 글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어떤 글은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그분의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삶을 요약해서 기록한 글과,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가 직접 쓰신 사법고시 합격 수기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국민에게 쓰신 편지글이 아주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똑 닮은 훌륭한 지도자, 백범 김구 할아버지의 사진을..
2009.07.22 -
잠을 잡는 모험
2009.07.19 일요일 이것은 지난밤, 내가 겪은 잠에 관한 흥미있는 이야기다. 나는 전에부터 잠들기 직전, 우리의 의식이 어떤 변화를 겪으며 잠드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나는 큰맘 먹고 잠자리에 들면서, 잠을 추적해보았다. 밤 1시쯤, 온몸의 감각을 풀고 이불을 배까지 끌어올려 덮은 다음,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있기를 한참이 지났다. 나는 서서히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방에 전깃불을 끄고, 가장 중앙 큰 방에 전깃불만 제일 약하게 틀어놓았다. 그러자 내 머릿속은, 어두운 우주에 아주 작은 별 하나가 가까스로 빛을 내듯이 가늘고 희미해졌다. 나는 계속 그런 상태로 간당간당하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감은 눈 속에 또 하나의 실눈을 뜨고, 이 몽롱한 상태를 '어리어리 몽롱롱' 상태라고 이름 ..
2009.07.21 -
정신없는 방학식
2009.07.17 금요일 선생님께서 방학을 맞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 전체가 앞뒤 사람, 옆 사람과 섞여서 떠들고, 심지어는 일어서서 떠들었다. 그 소리가 합쳐져서 "에붸뢰붸~ 와워워워~ 쁘지지~" 꼭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잘못 잡힐 때 생기는 잡음처럼 교실 안을 꽉 메웠다. 한참 안전사고 수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난데없이 "저 집 핫도그 맛있어! 빨리 방학이 왔으면~!" 하는 말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고장 났고, 우리 반은 스피커가 없어서 쉬는 시간 종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묻혀 가물가물하였다. 앞뒤사람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집에서 싸온 푸짐한 간식을 먹..
2009.07.18 -
태양이 돌아오면
2009.07.14 화요일 나는 요즘 태양이 없는 나라에 사는 기분이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보이는 옥수수밭이, 비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고, 꿋꿋해 보이던 나무들도 옆으로 힘없이 쓰러져있고, 비바람에 꺾인 나뭇가지가 전깃줄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흠뻑 젖은 책가방에서 젖은 책들을 꺼내 마룻바닥에 쭉 늘어놓고 말리는 게, 급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겨우 마른 책을 가방에 넣고, 다시 콜록콜록거리며 비를 맞고 학교로 간다. 우산은 더 비를 막아주지 못해 쓸모가 없어졌고, 지난주 비폭탄을 맞은 뒤로 걸린 심한 감기가, 계속 비를 맞으니까 거머리처럼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우리는 온종일 내리는 쇠창살 같은 장맛비에 갇혀, 이 불쾌감과 ..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