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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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5 토굴 새우젓
2007.09.15 토요일 1교시 읽기 시간이었다. 오늘은 토굴 새우젓에 대해 배웠다. 토굴 새우젓 이야기를 다른 모둠이 읽고 있을 때, 너무 열중해 들어서 그런지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토굴 새우젓의 짠 맛이 입 안에 느껴지는 것이었다. 혀 가장자리에서 짭잘하고 떨떠름한 맛이 계속 맴돌았다. 그 맛을 느끼려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쭈욱 내밀어 쩝쩝거렸다. 5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오젓이고, 6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육젓이고, 가을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추젓이고,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잡은 어린 새우로 만든 젓은 자하젓이라고 한다니 읽으면서 왜 이렇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지, 읽기만 해도 맛있고 배가 불렀다. 내가 많이 먹어보지 않았던 새우젓에 대한 글을 읽고도 그 맛이 ..
2007.09.15 -
2007.09.14 첩보원들의 학예회
2007.09.14 금요일 우리 반은 학예회 총연습을 하기 위해, 4층 다목적 강당으로 향했다. 아직은 우리 반의 연습 차례가 아니라서 강당 밖 복도에서 줄을 서 기다렸다.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고 수다를 떨고 몸을 비틀고 털썩 주저앉았다. 또 우뚝 서 있기만 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리 저리 돌아다니시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하시기도 하고 우리에게 무대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말씀해 주시기도 하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기도 하고 몸을 비틀며 우리가 꼭 첩보 요원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옷이 똑같다는 것 때문이었다. 비록 무대 의상이라 똑같이 맞춘 거지만 나는 왠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첩보 요원들이 비밀리에 모여서 정보 정리 회의를 하는 것 같았..
2007.09.14 -
2007.09.08 오페라
2007.09.08 토요일 나는 처음에 청소년 수련관 가족 극장 안으로 이어지는 긴 줄을 보고,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하였지만 들어가 보니 좋은 자리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무대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첫번째 공연은 였다. 우리 말로 라고도 부르는 이 공연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라서 슬프고도 감명 깊었다. 특히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사랑과 자신이 살아왔던 문란한 생활을 두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며 부르는 노래는 마치 선과 악을 두고 고민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모습같아서 흥미로웠다. 두번째 공연 은 가난한 시인과 착하고 가난한 여자 미미와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공연은 내용이 쓸쓸해서 그런가, 보는 내내 마음 속이 춥고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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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주사
2007.09.03 월요일 나는 심하게 몸살이 나서 학교까지 빠지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처방 해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왠지 모르게 주사란 말에 뜨끔하였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몇 년만에 맞아보는 거라서 좀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함께 주사실로 들어갔다. 주사실 안에는 뚱뚱한 간호사 이모가 있었다. 간호사 이모는 "엉덩이에 맞을 것이니까 여기 엎드려 누워 주세요." 하셨다. 나는 부끄럽긴 하였지만 이모 말대로 주사실에 있던 작은 침대에 누워 엉덩이만 보이게 바지를 내렸다. 간호사 이모가 뾰족한 침이 달린 주사를 꺼내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모는 주사를 놓기 전에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두들겼다. 그리고 주사 바늘을 내 오른쪽..
2007.09.03 -
2007.08.26 어서 내일이!
2007.08.26 일요일 나는 지금 내일이 기대된다. 하루 종일 개학을 생각하면서 더운 날씨만큼이나 방학이 갈수록 지겹게 느껴졌는데 오랜만에 학급 홈페이지에 들어가 박영은 선생님의 글을 만났다. 선생님께선 우리 반 모두 개학 준비를 잘 하라고 당부하셨다. 나는 선생님을 진짜로 만난 것처럼 반갑고 설레였다. 그리고 보고싶어서 안달이 났다. 또, 친구들 모습도 떠오르면서 얼마나 컸을까? 방학 동안 무슨 일을 겪었을까? 궁금해졌다. 선생님께서는 피서는 다녀오셨을까? 공부만 하셨을까? 나는 세 번이나 다녀왔는데. 참! 우리 아파트에 불도 났었지! 올여름 방학은 지난 여름 방학에 비해 더 풍부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 구름을 뚫고 목격한 해돋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자! 이제 나는 2학기..
2007.08.26 -
2007.08.19 허브 비빔밥 - 꽃도 먹어도 되죠!
2007.08.19 일요일 우리는 서해의 팜 카밀레 농장에서 한나절 돌다가 식당에 들어가 허브 비빔밥을 주문하였다. 나는 자꾸만 우리 주위를 윙윙 맴도는 파리를 불평하였고, 영우는 얼음 물로 벌컥벌컥 목을 적셨다. 농장을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식당 안에서 보니 가족들 얼굴이 농부처럼 그을려 있었다. 식당 주인은 음식을 날라 오면서 우리를 마치 이 성의 주인처럼 대접하였다. 허브 비빔밥 안에는 온갖 재료가 잘 섞여있었고, 위에는 허브 꽃을 숭숭 뿌려 먹기가 아까웠다. 꽃을 먹어보니 맛이 톡 쏘고 달콤했다. 엄마는 두통이 낫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영우는 밥은 안 먹고 된장국만 세 그릇 먹었다. 나는 허브 꽃을 냠냠 씹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이렇게 큰 허브 농장을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오늘은 아빠가 ..
2007.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