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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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 나타난 좀비
2009.09.11 금요일 요즘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은, 급식을 먹고 난 뒤 학교 뒷마당에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두 명 정한 다음 '좀비 놀이'를 한다. 좀비는 인간에서 변형된 끔찍한 모양의 괴물을 뜻한다. 이 놀이에서는 술래 두 명이 좀비 역할을 맡아,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아 차례차례 똑같은 좀비로 만든다. 사실 술래잡기와 다름이 없는데, 좀비라고 하니 오싹해서 더 짜릿하다. 오늘은 평소 때면 제일 먼저 잡혔을 내가, 행운이 따르는지 도망을 잘 쳐서,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살아남았다. 나는 아직 잡히지 않은 형빈이, 현국이, 민웅이와 함께, 뒷마당에서 숨을 곳을 찾아 뛰어다니다, 술래가 잘 찾지 않는 운동장으로 넘어갔다. 처음엔 길잃은 양들처럼 운동장을 헤매다가,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
2009.09.14 -
의인법에 무너지다
2009.06.17 수요일 오늘 낮 우리 학교 강당에서, 방송국에서 나와 '퀴즈 짱'이라는 프로를 녹화하였다. 학교별로 퀴즈 대회를 열어서 우승자를 뽑고, 우승자들끼리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TV프로라고 한다. 난 방송국에서 나누어 준 모자를 쓰고 맨 앞줄에 앉았다. 행운의 7번을 달고! 4, 5, 6학년 100명이 모여 시작했는데, 어느덧 자리는 깎아버린 잔디처럼 듬성듬성 비어가고, 16명 정도가 남았다. 나는 내가 여기 끼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아무런 대비 없이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진행 중간마다 아나운서 아저씨가 "와~ 이름이 정말 멋있네요!" 하며, 내 이름이 어떤 유명 배우랑 같은 것을 강조했고, 아이들이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우와~ 탄성..
2009.06.19 -
내년에 만나자 물로켓!
2009.04.07 화요일 오늘은 드디어 물로켓 발사하는 날! 3교시가 되자 나는,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서 함께 했던 상상 속의 조종사 한 명과 마지막 화이팅을 외치며, 기대에 들떠서 교실 밖으로 나왔다. 지난주 토요일은 과학 행사의 날로 온종일 물로켓을 만들었고, 월요일인 어제 운동장에서 발사하려 했는데, 펌프에 이상이 생겨서 오늘로 미루어진 것이다. 4학년까지는 글짓기를 선택하여 써냈는데, 이번에는 글짓기 종목이 사라져서 처음으로 물로켓 발사에 도전해 보았다. 나는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잘 날게 할 수 있을까? 밤 늦게까지 아빠랑 설명서를 보고 연구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했었다. 그러면서 왠지 신이 났다. 우리 반은 물로켓 발사하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
200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