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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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골목길
2010.12.15 수요일 오후 4시쯤, 나랑 영우는 그냥 산책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아침, 날씨가 매우 춥고 감기 기운이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하였다. 오늘은 교과부 블로그 원고 마감일인데, 그 바람에 나는 잠을 푹 자고 기사를 여유롭게 송고할 수 있었다. 매번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글을 격식에 맞추어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엄청 재미있고 보람 있다. 기사를 송고하고 오랜만에 끙끙거리며 누워 빈둥거리다가 엄마가 해준 카레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고 내 귀는 1분도 못 견디고 얼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세상에나! 나는 잠바 속에 얇은 옷 두 개만 껴입고 목도리를 하고 나왔는데, 잠바가 내 몸보다 살짝 큰 것이 문제였다. 큰 잠바를 입어서 허리..
2010.12.16 -
찬솔아, 미안해!
2009.08.05 수요일 해가 끓는 듯한 오후, 영우와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을 반납하고, 다시 새책을 빌려나오는 길에, 배가 출출해서 불타는 토스트 가게에 들렀다. 토스트를 한 개씩 먹고 막 나가려는 참에, 가게를 먼저 나간 영우가 밖에서 손뼉을 치면서,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샐록샐록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카랑카랑 찢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서둘러 가게에서 나와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렸다. 그랬더니 가게 앞에는 우리 반 친구 찬솔이가 있었다. 자전거를 탄 찬솔이는, 이제 바로 우리 앞에 날렵하게 자전거를 세우는 중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근육질의 찬솔이는, 자전거를 탄 모습이 오토바이를 탄 것처럼 늠름해 보였고, 말을 탄 사람처럼 굳세 보였다. "상우야, 마침 너희 집에 다녀오는 길..
2009.08.06 -
처음 넘은 철봉
2009.04.03 금요일 체육 시간에 우리는 보통 단계별로 운동을 시작한다. 1단계가 제일 낮은 철봉을 잡고 한 바퀴 도는 거다. 그다음엔 2단계 더 높은 철봉, 3단계 철봉, 그다음엔 높이 뛰기, 이런 순으로. 난 언제나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나처럼 통과 못한 몇명의 아이들과 벌칙으로 개구리 뜀질을 하면서 시작해야 했다. 오늘도 1단계 철봉 앞에서 나가질 못하고 쭈물거리는 5명 정도의 아이들과 나를 향해, 우리 반 계주 선수이자 체육부장인 성환이가 보다못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철봉 밑에 저벅 엎드리더니, "너희들 나 밟고 올라가!" 하는 것이었다. 마침 바로 내 차례였는데, 성환이가 운동은 잘하지만, 몸집은 나보다 가늘어서, 과연 나를 떠받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성환이에게..
200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