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방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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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을 입은 손가락
2009.12.10 목요일 점심을 먹고 나서 아이들 대부분이 운동장으로 나가 놀았는데, 나는 기침이 나와서 교실로 올라왔다. 진석이와 경석이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교실 뒤편에서 진드기처럼 딱 붙어 장난을 치고 있었다. 진석이는 경석이 등에 고동이 조개 잡는 모양으로 대롱대롱 달라붙었다가, 두 팔을 집게처럼 벌려 경석이 머리를 꽉 안고 격투기 하듯이 찍어눌렀다. 경석이는 으어어~ 하면서 진석이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둘은 서로 쫓고 쫓기다 교실 문이 있는 사물함 옆까지 바짝 갔는데, 그만 다리가 엉켜 중심을 잃고 온몸을 기우뚱거렸다. 바로 그 옆을 지나가던 나는, 아이들이 넘어져서 머리라도 다칠까 봐 받치려고 오른손을 뻗었는데, 아이들 밀치는 힘에 밀려 갑자기 교실 문이 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틈..
2009.12.11 -
빨간 비가 내리는 언덕
2008.10.19 일요일 오후에 엄마랑 영우와 산책하러 나갔다. 영우가 숙제로 나뭇잎을 모아가야 한다며 아파트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나, 둘 주웠다. 나는 "아! 예쁜 나뭇잎이 많은 곳을 알고 있어! 따라와!"하고는 어제 친구들과 처음 가 보았던 5단지 산책로를 찾아 달려갔다. 우리는 놀이터를 따라 내려와 차들이 달리는 아파트 앞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 마지막에 붙어 있는, 509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돌계단을 날듯이 뛰어올라갔다. 잃어버린 보물을 찾기라도 하려는 기세로! 계단을 올라가니 구불구불한 산책로 양옆에 아담한 풀밭이 펼쳐져 있고, 빨간 나뭇잎들이 장미꽃 이파리처럼 여기저기 부슬부슬 떨어져 있었다. 영우는 "우와~! 진짜 색깔이 예쁘다!" 하고 좋아하며 풀밭에 코를 박듯 엎드려 나뭇잎을..
200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