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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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했어요! 선생님!
2009.12.22 화요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지도 1년이 다 되어 작별해야 하네요. 어제 제가 방학 중에 전학을 갈 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선생님과 2학기 수업까지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행입니다. 이제 저는 전학을 가게 되어, 선생님과 복도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못하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강렬한 인상은 영원히 못 잊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 중에, 제가 아팠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죄송하고 마음이 아파집니다. 제가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고, 교실이 흔들릴 정도로 기침을 해대며, 토까지 나오고 난리였을 때,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는 저보고 조퇴하고 집에 가서 쉬라고 하셨죠. 하지만, 저는 조퇴가 잦은 게 싫었고, 공부가 하고 싶어서..
2009.12.23 -
맘마미아 -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
2008.09.16 화요일 엄마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무슨 영화요? 했더니 아바의 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라고 하셨다. 나는 아바라는 말에 무조건 보겠다고 하였다. 엄마가 아바 노래를 잘하시는데다, 아바 노래를 자주 들었고, 특히 어릴 때, 엄마가 아바 노래를 틀어놓고, 음악에 맞추어 나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려서 둥둥 물결을 태워주셨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목이 '맘마미아'라서 나는 텔레비전 만화 영화 '아따맘마' 같은 코믹한 내용인가 생각했다. '맘마미아'의 뜻은 'oh, my god!'와 같고, 우리말로 '어마, 세상에 그럴 수가!'하고 놀랄 때 쓰는 감탄사라고 한다. 내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이었다면 맘마미아! 라고 외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2008.09.18 -
편지
2008.01.02 수요일 오랜만에 추위가 녹은 잔잔한 날씨였다. 피아노 학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집 우편함에 쌓여 있는 수북한 우편물 더미 속에서, 내 앞으로 온 편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크리스마스 때 내가 보냈던 편지에 대한 답장이, 어렸을 적 미술 학원 선생님에게서 온 것이다. 멋진 솔부엉이 우표도 함께 붙여져서! 선생님의 답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신기하게도 미술학원 시절의 기억들까지 한장 한장 책을 펼치듯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5살 때던가, 내가 처음 미술학원에 들어가 적응을 못 하고 낑낑대다가, 바지에 똥을 쌌을 때,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 번쩍 안아 들고 수돗물로 닦아주셨던 기억부터, 7살 졸업반 마지막 사진 찍을 때까지 나를 돌보아주셨던 기억들..
2008.01.03 -
마지막 편지
2007.12.15 토요일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우리 반 인 편지 쓰기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 쓰는 이 편지는, 3학년에 쓰는 마지막 편지다. 1년 동안 번호대로 매주 토요일 아침, 친구들이 쓴 편지를 한데 모아 묶음 집을 만들어 나누어 받았는데, 이제 우리 반 끝번호에 속하는 4명을 남기고 오늘따라 우리 3학년 4반은 다른 때보다 정성스럽게 또각또각 편지를 쓰고 있다. 모두 여학생 4명이었는데, 나도 마지막이니만큼 불만스러웠던 점이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그 아이의 좋은 점과 재미난 추억을 위주로 부드럽게 써내려갔다. 특히, 잘 울어서 왕따를 당하는 연희에게는 내가 겪었던 왕따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위로를 해주었고, 극복해내기를 바란다고 썼다. 입이 험한 주연이에게는 예쁜 말을..
2007.12.16 -
2007.09.29 사랑해, 친구야!
2007.09.29 토요일 2교시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까 내 책상 위에 우리 반 아이들이 나에게 쓴 편지 모음 책 가 놓여 있었다. 1학기 말 박영은 선생님이 오셨을 때부터 시작했던 반 친구에게 편지 쓰기는 우리 반만 하는 사랑 나눔 릴레이 행사인데, 1번부터 끝번까지 차례대로 한 명씩 반 친구들 모두가 그 아이에게 주로 칭찬할만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쓰면 선생님께서 묶어서 책으로 만들어 주신다. 나는 그 책을 열어보기 전에 가슴이 쿵덕쿵덕 방아질하듯 뛰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우리 반 친구들과 제대로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어서, 과연 아이들이 나에게 뭐라고 썼을까 기대도 되고 두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편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동안 나의 걱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봄..
2007.09.29 -
2006.11.27 편지 쓰기
2006.11.27 월요일 오늘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북한 어린이에게 편지를 썼다. 누구에게냐면 지난 주에 텔레비젼에서 본 충성이라는 아이였다. 나는 '충성이에게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북한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온통 물어 보는 말만 써 넣었다. 마지막에 보니 내용이 너무 부족해서 통일이 되면 꼭 만나보자는 인사를 써 넣었다. 나는 진짜로 충성이가 이 편지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충성이가 내 질문에 답을 해줬으면 해서이다. 사실 충성이가 진짜로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난 충성이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6시30분까지 학교에 갈 수 있으며 오후에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충성이를 진짜 있다면 보고 싶다.
200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