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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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아이
2014.11.19 수요일 춥다, 춥다, 으드드드~ 또 춥다. 입술이 얼어붙고 손가락은 시들어버린 시금치처럼 파랗다. 처음엔 팝콘 튀겨내는 기계처럼 몸을 떨며 걷다가 이제는 삐걱거리며 집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이 나한테 시린 얼음물을 쉴새 없이 뿌리는 것처럼 춥다. 생각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까지 통으로 얼어버린 듯, 알고 있는 단어는 오로지 '춥다'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난생처음 와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으니 계속 앞으로 걷기만 했다. 왠지 집이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자꾸 걸어보지만, 걸을수록 허탕인 길을, 머리가 너무 얼어서 다시 새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추위가 뼈 마디마디 스며들어 손가락은 까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유일하..
2014.11.24 -
시간은 소중하다!
2009.05.10 일요일 지난 금요일 선생님께서, "조금 있으면 학교 신문을 발행할 예정인데, 5,6학년은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로 했어요. 자~ 여기에 글을 써낼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셨다. 나는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낮 곰곰이 생각한 끝에, 시간의 소중함을 주제로 글을 썼다. 다 쓰고 난 뒤엔 한번 쭉~ 읽어보고 '흠~ 그런대로 괜찮군!' 생각했다. 그런 다음, 집 근처에 있는 트램펄린 놀이터가 문을 닫을까 봐, 시계를 본 뒤 놀이터로 부랴부랴 달려나갔다. 주장하는 글 -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이란 마치 마라톤 같다. 절대 끝이 안 날 것 같다가도, 언젠가는 끝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죽음 직전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모든 시간이 정리되면서 사람마..
2009.05.11 -
2007.03.16 체육 시간
2007.03.16 금요일 우리 반은 체육 시간에 지그재그 달리기를 하였다. 남자 여자 두 줄 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남자가 먼저 달렸는데 정글짐 모래밭 앞에 반쯤 박혀있는 타이어 여러 개를 뺑그르르 돌아서 다시 자기 팀으로 돌아와 다음 선수에게 터치하는 것이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겁이 나고 긴장이 되어 온 몸을 푸르르 떨었다. 왜냐하면 순간 1, 2학년 때 달리기를 꼴지해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나는 정면으로 앞을 보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손을 내밀어 우리 선수가 터치해 주길 기다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뛰기 시작했는데 두 손을 주먹 쥐고 마음 속으로 '이야아아아!' 소리 지르며 달렸다. 두려운 기분과 바람처럼 시원한 기분이 섞여 묘했다.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때 저만치서 다른..
200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