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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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
2009.11.09 월요일 우리 반은 지난주,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이란 시를 공부했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문 짜는 공장 직공인 주인공은, 사회시간에 장래 희망을 발표한다. 나도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문 짜는 기술자가 희망이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이 그게 무슨 희망이냐고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앞뒤 생각 없이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꿈이라며 칭찬하시고, 주인공은 그제야 어깨를 편다는 내용의 시다. 그리고 숙제로 똑같은 제목의 시를 써서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90쪽 펴기 전에 지난번에 했던 숙제 89쪽 펴보세요! 자아~ 9번!" 하셨다. 마침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공들여 쓴 장래 희망이란 시를 더듬더듬 ..
2009.11.10 -
걱정
2009.04.22.수요일 아침 일찍, 영우와 나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앞서 걸으며 영우를 재촉했다. 오늘은 영우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다. 김밥과 간식이 든 소풍 가방을 메고, 영우는 마음이 들떠 눈하고 입가에서 깨알 같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환하게 웃는 영우를 보며 난 걱정이 앞섰다. 나도 낼모레면 현장 학습을 갈 거지만, 며칠 전 뉴스에서 현장학습을 가다가 사고가 난 버스 이야기와, 엊그제 우리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끔찍한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지난번에 들려준 버스 안전에 대한 중요성 이야기 기억하죠? 이 이야기는 너무 끔찍하여 안 하려고 했는데, 버스 안전에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겠어요! 오래전 땡땡 ..
2009.04.23 -
수영장에서 물구나무 서기
200.08.10 일요일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텐트를 접고, 해파리가 없는 해수욕장 근처 수영장을 찾았다. 나는 바다보다 파란 수영장 안으로 후닥닥 뛰어들어갔다. 우선 몸을 뜨게 하려고 머리를 물속으로 서서히 집어넣었다. 그러자 몸이 엎드린 상태에서 일자로 물 위에 떠올랐다. 그런 다음 발로 물을 강하게 한번 찼다. 그러자 추진력이 생겨 몸이 앞으로 슈우욱~ 나갔고, 나는 그걸 유지하려고 두 손으로 번갈아 차례차례 물을 가르고 발은 계속 흔들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물을 가를 때는 그것이 액체가 아니라 땅과는 중력이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물고기나 모터보트가 된 듯한 기분으로 촤아악 앞으로 뻗어나가면서, 물 밖으로 올렸던 손을 다시 물속으로 빠트릴 때,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생기는 것을 보았다. ..
2008.08.19 -
선생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
2008.02.14 목요일 오늘따라 선생님은 유달리 바빠 보이셨다. 내가 헐레벌떡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오셨나 힐끔 교탁을 보았을 때, 의자에 선생님 외투가 걸려 있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신 듯했다. 잠시 후 교실로 돌아오신 선생님은 어딘가 급히 전화를 거시더니, 3학년 연구실로 또 가버리셨다. 종업식 날조차 바쁘신 선생님이 나는 아쉽기만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 오뚝이 눈알처럼 두 눈을 왔다갔다하며 선생님을 부지런히 쫓았다. 우리는 방송으로 교장 선생님의 따분한 연설을 들으며 종업식을 맞이하였다. 선생님은 오늘 좀 달라 보이셨다. 머리를 완전히 풀고 오셨기 때문이다. 항상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고 다니셨는데, 머리를 푸시니까 자유로운 대학생처럼 보이셨다. 내..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