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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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과 두루미
2013.09.18 수요일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으니까 몸이 뻐근했는데 보름달이 무지 밝았다. 나는 밤 10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엄마와 영우와 함께 산책을 다녀 오겠습니다!"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바깥은 어둡고 캄캄했지만, 조용하게 걷기에는 시원하고 포근한 공기였다. 여기는 대구 달성군 화원읍 아파트 단지, 친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신 곳이다. 아파트 단지 후문 밖을 벗어나자 개천이 가운데 흐르는 산책로 겸, 놀이터가 바로 보인다.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가 놀이터로 접어드니, 사박사박한 모래길에 걸음이 홀린 듯 척척 걸어진다. 개울가를 따라 잔잔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나는 앞장 서 힘 있게 걸었다. 보폭을 넓혔다가 줄였다가, 한쪽 발을 들었다가 내렸다가, 뜀박질을 뛰었다가 주저앉았다 하며, ..
2013.09.21 -
내년에 만나자 물로켓!
2009.04.07 화요일 오늘은 드디어 물로켓 발사하는 날! 3교시가 되자 나는,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서 함께 했던 상상 속의 조종사 한 명과 마지막 화이팅을 외치며, 기대에 들떠서 교실 밖으로 나왔다. 지난주 토요일은 과학 행사의 날로 온종일 물로켓을 만들었고, 월요일인 어제 운동장에서 발사하려 했는데, 펌프에 이상이 생겨서 오늘로 미루어진 것이다. 4학년까지는 글짓기를 선택하여 써냈는데, 이번에는 글짓기 종목이 사라져서 처음으로 물로켓 발사에 도전해 보았다. 나는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잘 날게 할 수 있을까? 밤 늦게까지 아빠랑 설명서를 보고 연구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했었다. 그러면서 왠지 신이 났다. 우리 반은 물로켓 발사하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
2009.04.08 -
수영장에서 물구나무 서기
200.08.10 일요일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텐트를 접고, 해파리가 없는 해수욕장 근처 수영장을 찾았다. 나는 바다보다 파란 수영장 안으로 후닥닥 뛰어들어갔다. 우선 몸을 뜨게 하려고 머리를 물속으로 서서히 집어넣었다. 그러자 몸이 엎드린 상태에서 일자로 물 위에 떠올랐다. 그런 다음 발로 물을 강하게 한번 찼다. 그러자 추진력이 생겨 몸이 앞으로 슈우욱~ 나갔고, 나는 그걸 유지하려고 두 손으로 번갈아 차례차례 물을 가르고 발은 계속 흔들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물을 가를 때는 그것이 액체가 아니라 땅과는 중력이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물고기나 모터보트가 된 듯한 기분으로 촤아악 앞으로 뻗어나가면서, 물 밖으로 올렸던 손을 다시 물속으로 빠트릴 때,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생기는 것을 보았다. ..
2008.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