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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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07.21 목요일 "상우야, 지난번에는 방송 촬영할 때 한 명만 가고, 대포 같은 카메라와 장비들도 없어서 실망했니?", "아,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 "그래서 이번에는 있는 장비를 모두 다 끌고 왔단다!" 대장 PD님의 한마디로 갤러리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밤 10시, 나는 나무 의자에 연예인 호란 누나와 마주 앉아, 홍대 입구의 2층 갤러리에서 MBC 방송국 슈퍼블로거 팀과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거대한 카메라와 풍선같이 부풀어 있는 조명장치들에 둘러싸인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이틀 전 양주에 놀러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는데,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선크..
2011.07.28 -
전망대에 올라
2010.05.08 토요일 우리는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오르는 사람들 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이하게 옆으로 경사가 져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지나니, 엘리베이터 2층이 기다린다. 그리고 계단, 또 계단을 오른다. 드디어 꼭대기 층 전망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자, 갑자기 쉬할 때처럼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면서 오드들~ 떨려왔다. 전망대에서는 위이이잉~ 꼭 배고픈 사냥개의 울음소리처럼, 바람 소리가 울리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후으음, 하아아~! 전망대에 오르니 막힌 숨통이 탁 트였다. "우와아~!" 처음 전망대 꼭대기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온 말은 오직 이말 뿐이었다. "우와아~!" 금방이라도 위로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천장 없이 뻥 뚫린 위로는 시원한 바..
2010.05.11 -
교실에 찾아온 숭어
2008.10.01 수요일 나는 어제 감기가 심해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쌀쌀한 아침, 쿨룩쿨룩 기침이 터질 때마다, 물병에 담아온 보리차를 마셔가며 걸었다. 우리 반 교실로 향하는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서 리코더 합주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건 우리 반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상하다! 오늘은 리코더 가져오는 날이 아닌데?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전부 리코더로 슈베르트의 '숭어'를 불고 있었고, 선생님께서 우드블록으로 딱딱 박자를 맞춰주고 계셨다. 내가 어리둥절해하니까 우리 모둠 아이들이 "오늘 지금까지 우리가 연습한 숭어, 촬영하는 사람들이 와서 찍는 날이야!" 하였다. 우리 반은 지난 4개월 동안 음악 시간과 쉬는 시간, 짬짬이 '숭어'를 리코더로 연습해왔다. 학교 예능 행사로 연습해왔는데, ..
2008.10.02 -
촬영
2008.02.12 화요일 오늘, 다음 주에 있을 연주회를 앞두고, 피아노 학원에서 비디오 촬영이 있는 날이다. 학교 끝나자마자,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갔더니, 원장 선생님께서 무슨 영화 감독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계셨고, 어떤 아저씨 한 분이 그 옆에서 몸을 굽혀 캠코더로 학원 내부 여기저기를 찍고 계셨다. 우리는 학원 중앙 복도,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작은 무대에 올라가 한 사람씩 차례대로 촬영하였다. 지난번에 우리가 선생님이 나눠주신 종이에,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을 적어 낸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걸 외워서 캠코더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듯이 말하는 것이다. 난, 엄마, 아빠에게 학원비 미루지 말고 꼬박꼬박 내달라고 썼다가, 원장 선생님께 다시 쓰라는 명령(?)을 받았었다. 내 차례가 되..
2008.02.13 -
새해
2008.01.01 화요일 텔레비전 화면 구석에 작은 글씨로 50이라는 숫자가 떴다. 나는 그 숫자를 보고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2007년 마지막 카운트 다운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보신각에 모셔진 커다란 종이 나타났고, 그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마치 하느님이 내려오길 기다리듯, 종을 향해 무언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카운트 다운이 40쯤 되었을 때, 나는 퍼뜩 상자에 들어 있던 인형들을 꺼내어, 쫘르르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았다. 그런 다음, 영우와 함께 그 사이에 끼어 앉아 새해야 오너라 하고 기다렸다. 아빠와 엄마는 새해 10초를 남겨두고부터 숫자를 세기 시작하셨다. 갑자기 보신각종 앞에 서 있던 어른들이 커다랗고 길쭉한 말뚝을 뒤로 밀었다가 앞으로 더 힘껏 밀어 종을..
200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