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 중학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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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금엉금 거북이 마라톤
2011.05.14 토요일 '덜컹딜킥~ 덜컹딜킥~' 흔들리는 지하철에 맞추어서 내 몸도 조금씩 흔들렸다. 내가 오랜만에 지하철 4호선 열차를 타고 있는 이유는 오늘 있을 마라톤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1,2,3학년 모두가 함께 마라톤을 한다. 선수들처럼 42km의 장거리를 달리는 게 아니라 7km만 달리면 되지만, 난생처음 그렇게 작정하고 많이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어두운 지하철에서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집합 장소인 분수대 앞까지 왔다. 분수대에는 아무도 없고, 분수대 조금 뒤에 '청운 중학교 거북이 마라톤'이라고 쓰여진 큰 현수막 아래에, 우리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왜 하필 거북이 마라톤일까?..
2011.05.19 -
청운 중학교의 불티 나는 매점
2011.03.04 금요일 오늘은 입학식을 한지 3일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아직 학교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진 못하지만, 학교 뒤편에 있는 매점에 나는 꼭 가보고 싶었다. 가끔 초등학교 때부터 중, 고등학교에 가면 매점이 있다는 소리에 솔깃했는데... 매점에는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음식들을 팔아서, 학생들은 매점 음식을 먹는 걸 아주 즐긴다고 한다. 비록 영양가는 없을지라도! 나는 점심을 푸짐하게 먹은 후, 여기저기 산책하다가 드디어 매점에 들러보았다. 그런데 매점 주위에 무슨 큰일이 났는지, 이상하게 학생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그리고 매점 문앞에서는 한 아저씨가 효자손처럼 생긴 막대기를 들고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나는 무슨 큰 싸움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매점..
2011.03.05 -
중학교에서의 첫날
2011.03.02 수요일 나는 드디어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계단을 오르고 올라갔다. 마치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 4층 맨 꼭대기에 있는 1학년 4반 교실로 들어갔다. '6학년에서 다시 1학년이 되다니!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랑 같은 4반이 되다니 기분이 오묘하구나!' 오늘은 갑자기 꽃샘추위가 몰아닥쳐, 새 교복을 입은 몸이 으덜덜하고 떨리는 날씨였다. 청운 중학교가 오래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왠지 무서운 이야기에 나오는 으스스한 학교 같았다. 학교 복도 창가에 쇠창살은 왜 달린 거지? 내가 이런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담임 선생님께서 베이스같이 웅장한 목소리로 "여러분! 모두 앉고 싶은 자리에 마음대로 앉으세요!" 말씀하셨다. 나는 가운데 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중간 자리 뒤편에 앉았..
201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