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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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비법
2010.06.30 수요일 기말고사를 이틀 앞둔 꿉꿉한 날씨다. 나는 내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를, 손바닥으로 탁탁~ 잡아가며 책상과 씨름하듯 앉아 있다. 기말고사는 아무래도, 여름방학 전의 1학기 기말고사가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중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성적은 유지해야 하고, 라이벌에게 지고 싶지도 않고, 이제는 1등도 해보고 싶고... 하지만, 날씨는 더 좋아져 화창한 햇살이 날 부르고, 나의 영혼은 이미 축구장과 자전거 위에 앉아 있다! 아, 어떡하랴? 언제나 미리미리 시험 준비를 해야지 다짐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거의 수포로 되돌아갈 뿐!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모든 1등을 못하는 상위권, 평균 70점 정도의 중위권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내가 항상 써먹는 벼..
2010.07.01 -
빗나간 시험 결과
2010.04.29 목요일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번쩍! 하고 든 생각은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였다. 학교 가는 길에도 기대, 혹시나 모를 걱정, 성취감에 애드벌룬 같이 부풀어서, 둥실둥실 붕 뜬 기분으로 걸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서 휘파람 소리를 유후후, 유후후~ 흉내 내며, 다리를 높이 들고 걸었다. 일 년에 네 번, 언제나 시험 다음 날의 긴장감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존재한다. 사실 그 시간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한 아이에게는 기대를, 시험 준비를 안 한 아이에게는 지옥 같은 기다림의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제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초등학교 6학년의 시험에서, 올백을 받아보고 싶다는 야망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 나름대로 준..
2010.05.01 -
사이다 폭발 사건
2010.03.15 월요일 오늘 과학 시간에는 기체가 액체에 녹을 수 있는지, 사이다를 가지고 실험을 하였다. 우선 실험 방법은, 사이다로 관을 꽂아 그 관을 석회수가 있는 관에 연결한다. 그리고 사이다를 흔들거나 꽉 조여서 사이다 안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관을 통해 이동하게 하여 석회수를 뽀글거리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사이다 안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실험이다. 각 모둠에서는 0.5L짜리 사이다를 한 병씩 준비물로 가져오기로 했는데, 우리 모둠에서는 내가 맡았다. 수업이 시작되고 실험을 위해 사이다 뚜껑을 열기 전, 나는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해서 'TV에서 보았을 때는 사이다를 흔들고 열면, 거품이 폭발하듯 솟구치는데, 정말로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호..
2010.03.17 -
설날 할머니 집
2010.02.14 일요일 "상우야? 상우야? 깨야지?"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홍알홍알 잠결에 들려왔다. 나는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내 눈앞에는 엄마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딱 붙어 계셨다. 엄마는 "어! 진짜로 일어났네!" 하시고서 나한테서 떨어져 이번에는 영우 옆으로 가셨다. 그런데 일어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정말로 푹 오랜만에 개운하게 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보통 축농증이라는 병이 있어 밤잠을 설치거나,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무겁고 어지럽거나 부스스한데, 할머니 집에 와서 자니 온몸이 개운한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와! 정말 개운하다!" 절로 감탄사가 입에서 나왔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이불 위에 짠! 하고 섰다. 방에 놓여 있는 책상 앞 닫힌 창문으로, 아름다운 빛..
2010.02.16 -
다시 듣는 수업
2009.09.05 토요일 어제 기침을 많이 해서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 나는 빨리 수업이 듣고 싶어 온몸이 떨렸다. 그동안 학교는 신종플루라는 녀석 때문에, 개학을 하고도 본격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아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읽기 책을 쓰다듬었다. 내 주위엔 나처럼 수업에 목이 말라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애들도 보였지만, 수업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지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틱톡~ 두드리고, 피곤한 듯 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 모두 읽기 책을 펴세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 첫 수업..
2009.09.08 -
책상에게 미안해!
2009.07.08 수요일 난 오늘 엄마에게 딱 걸렸다. 그동안 내 방을 청소하지 않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정리하겠다고 얼렁뚱땅 미루어오다가, 결국 엄마를 폭발하게 한 것이다. 엄마는 쓰레기가 쌓여 날파리가 맴도는 내 책상을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화를 내셨다. 나는 한바탕 혼이 난 다음, 묵묵히 내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 책상을 한참 바라보다가, 흐음~하고 한숨을 쉬었다. 햇빛을 받지 못한 낡은 성 안에, 난쟁이들이 마구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계단처럼, 책, 공책, 교과서, 종이 쪼가리, 휴지들이 겹쳐서 층층이 쌓여 있었고, 책더미 사이로 생긴 구멍에선 금방이라도 생쥐들이 들락날락할 것 같이 지저분했다. 나는 허리를 조금 굽혀서 책상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월요일마다 집앞에 재활용품..
200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