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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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쓰기는 참 어려워!
2011.08.06 토요일 "하아히~!" 소리를 내며 영우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다시피 하였다. 아빠는 "아효~ 이런!" 하셨고, 나도 김이 빠져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똑같이 김빠진 콜라만 꿀꺽꿀꺽 들이켰다. 우리 가족은 올여름 휴가 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빠, 엄마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휴일마다 비와 태풍이 약속이라도 한 듯 들이닥쳤기 때문에, 사실 이번 여름에는 그저 달력에 그려진 바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서 태릉에 있는 수영장 반값 쿠폰을 끊으셔서 바다는 아니지만, 고기를 굽고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잠시 놀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방학 중에는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
2011.08.11 -
선생님 특기는 과일 자르기
2009.04.16 목요일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덩이였던 내 사과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확히 딱 반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라서,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과를 통과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달한 냄새 나는 사과 물을 뚝뚝 흘리며, 선생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교탁 위에는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이, 내 사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오늘 미술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 나뭇잎을 가져와, 선생님이 과일과 채소를 잘라주시면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맛있게 먹는 수업을 했다. 나는 겉이 약간 올록볼록하고, 한 부분은 잘 익은 빨간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주황, ..
2009.04.18 -
명필
2008.02.09 토요일 친가에서 돌아와 설 연휴 마지막으로 외가에 들렀다. 우리가 가자마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는 막내 삼촌에게 받은 시계 이야기도 하고, 저녁으로 할머니가 직접 키운 채소를 뽑아 비빔밥도 해먹고, 식혜도 먹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 방에 들어가 어떤 종이 꾸러미를 가지고 나오셨다. 그리고 나와 영우에게 그걸 나누어주셨다. 그것은 코팅지와 한지였다. 먼저 코팅지부터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4학년이 되는 걸 축하한다는 말과, 격려하는 말, 그리고 미래에 내가 대학교 들어갈 때, 같이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희망사항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런 조언이 있었다. 1. 이제 4학년 고학년이 되었으니, 실력과 지식을 1등에..
2008.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