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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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의 우리 할아버지
2011.04.06 수요일 케이크는 아담한데 나이가 많아서, 초를 꽂아놓을 자리가 빡빡했다. 오히려 케이크보다 초가 위협적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78세가 되어서, 내 생일 케이크에 더 초를 꽂을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우울할까? 오늘은 우리 외할아버지의 78번째 생신이다. 할아버지는 인생을 아주 검소하게 사셨고, 그래서 자식들이 칠순 잔치해주는 것도 거절하셨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반찬 한번 바꾸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오늘 맞는 생신은 우리가 함께 살고 있으므로, 거창하지는 못하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정성껏 축하해드리고 싶었다. 평소에 뇌경색이라는 병을 앓고 계셔서 표정이 굳으셨고 말씀도 잘 못하시지만, 언제나 우리를 걱정해주시고..
2011.04.07 -
6학년의 졸업식
2010.02.18 목요일 오늘은 6학년 선배들이 졸업하는 날이다. 우리 5학년은 오늘을 위해,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고 어제 총연습을 마쳤다. 하지만, 나는 6학년을 썩 축하해주고 싶지만은 않았다. 6학년 선배들은 자기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욕을 하고, 학교에서도 불량학생처럼 건들건들 걸음도 이상하게 걸었다. 또 머리 모양도 뾰족뾰족하게 하고, 표정도 웃는 얼굴 없이 이상하게 짓고 껄렁껄렁 거리면서, 그게 멋있는 줄 알고 다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노래 연습을 할 때도 입만 뻥긋 뻥긋하고, 6학년들 앉을 의자를 나르는 일을 할 때도, '도대체 6학년들이 우리한테 뭘 해줬기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생각했다. 심지어는 옆에 있는 애들한테 "야, 넌 6학년들이 마음에 들..
201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