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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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와 맹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6 수요일 펜션 앞마당에는 벚꽃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제일 굵은 벚꽃 나무 아래 낮은 울타리가 쳐 있고, 그 안에 하얀 개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우리를 보고 달려나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흥분했고, 한마리는 뭐가 불안한 듯, 개집 안에서 끙끙대며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참 못생겼다. 아니 못생겼다기보다는 너무 쭈글쭈글했다. 몸에 털이 없고, 귀는 머리에 찰떡처럼 달라붙었고, 코는 납작하고, 얼굴에 온통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주름이 졌다. 그리고 머리랑 몸통은 땅땅한데 비해, 다리는 너무 가늘어서 걸음걸이도 비척 비척 힘들어 보였다. 우스꽝스러운 몸에 비해 두 눈은 초록색 구슬을 박아놓은 것처럼 크고 맑았는데, 똘망똘망 물기가 어려 있는 게, 순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였다..
2008.04.17 -
2007.06.19 선생님과 팔씨름
2007.06.19 화요일 2교시 쉬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컴퓨터가 있는 교탁 주위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들어있었다. 나는 뭔 일 났나? 하고 끼어들어 봤더니 선생님과 반 친구가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끙 무너졌다. 선생님께서는 "어째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팔씨름을 더 잘하는 것 같다." 하셨다. 그러다가 우리 반에서 제일 세다고 알려진 가람이가 선생님과 팔씨름을 겨루게 되었다. 처음엔 막상막하였다가 가람이가 이기려 하니까, 아이들이 "김 가람! 김 가람!" 하다가 선생님 쪽으로 기우니까 "선생님! 선생님!" 하고 외쳤다. 어떻게 팽팽하던지 선생님 이마에도 가람이 이마에도 산처럼 주름이 졌다. 결국 가람이가 지니까 아이들은 감히..
2007.06.19 -
2006.08.13 파도
2006.08.13 일요일 나는 손을 뒷짐지고 내 앞에서 철석거리는 파도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파도는 높은 기세로 돌진해 오다가 스르르르 내 발 앞에서 풀어졌다. 물 밑에는 할아버지 주름같은 갯벌이 누워 있었다. 자꾸 파도를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파도 따라 출렁거렸다. 사람들은 바다가 집인 것처럼 마음껏 수영하였다. 그 위로 저녁 해가 빨갛게 이글거렸다. 파도도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 반짝 거렸다.
200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