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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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해부하다!
2011.07.11 월요일 쿡쿡~ 하고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마취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 발버둥치던 개구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늘어져 있으니 생물이 아니라 그냥 인형 같았다. 오늘 3,4교시 과학 시간은, 지난주에 하기로 했다가 1주일이나 미루었던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는 죽지도 않은 것을 잔인하게 해부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빠질까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실험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까지 완벽 무장을 하니 오히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실험은 마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개구리를 바글바글 담은 상자를, 마취 에탄올이 가득 든 유리 솥까지 옮겨갈 때부터 난리가 났다. 개구리가 황소개구리여서 큰 것은 힘이 ..
2011.07.12 -
판의 미로
2010.05.18 화요일 비디오 가게에서 를 빌려 보았다. 는 그 언젠가 텔레비전 예고편을 보고, 꼭 한번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피를 뒤집어쓴 여자 아이가 나와, 나와 영우를 아빠 품 속으로 숨어들게 하였다. 나는 이 영화를 꿈과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는, 재미있고 행복한 영화인 줄로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시작부터 으스스한 게 무서운 분위기를 풍겨왔다. 그리고 1944년, 스페인의 내전 상황이라는 자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영화가 막을 올린다!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전쟁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함께 반군을 막아주는 군 주둔 시설로 간다. 그 속에서 새 아버지와 새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와 살게 된다. 그러나 새 아버지는 천하에 악독한 대령이다. 꼭..
2010.05.21 -
2007.08.02 혹독한 여름
2007.08.02 목요일 올여름은 잔인하다. 어떻게 비가 이토록 매일 매일 쉬지도 않고 내릴 수 있단 말인가? 햇빛을 보는 날보다 시커먼 구름 덩어리와 무겁게 쏟아지는 비에 갇혀 사는 꼴이 되어버렸다. 오늘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거세져서 우리 집 창문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우랑 나는 베란다 창이 보이는 마루에 모여 앉아 상을 펴고 비 오는 모습을 글로 써 보기 놀이를 하였다. 그러나 천둥 소리가 팡팡 터지고 번개가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우르릉 치고 마침내 하늘이 뚫려 버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자, 영우와 나는 겁에 질려 글을 쓰다 말고 서로 놀란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아파트가 폭풍우에 휩쓸려 떠내려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다시 천둥이 치고 빗물이 온 세상을 뚜..
200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