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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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공부
2009.11.16 월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후닥닥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어제 풀던 수학 문제집을 찾으며 엄마를 애타게 불렀다. "엄마, 엄마~ 어제 수학 부탁드린 거, 채점하셨나요?" "어, 그래, 상우야, 여깄다~" 엄마는 닥닥 둑 발소리를 내며 급하게 내 방으로 오셨다. 마침 엄마는 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때요? 많이 틀렸나요?" 건네받은 문제집을 푸루루 펴보는데, 엄마 표정이 좀 묘했다. 어제 밤늦게까지 수학 문제를 풀다가 시간이 늦어서 엄마에게 채점을 부탁했었다. 이번 시험은 중간고사를 건너뛰고 보는 시험이라 범위가 아주 넓어졌다. 나는 계속 감기가 낫질 않아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경우가 많았고, 다른 때보다 의욕도 떨어지고 시험준비도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2009.11.18 -
찬솔아, 미안해!
2009.08.05 수요일 해가 끓는 듯한 오후, 영우와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을 반납하고, 다시 새책을 빌려나오는 길에, 배가 출출해서 불타는 토스트 가게에 들렀다. 토스트를 한 개씩 먹고 막 나가려는 참에, 가게를 먼저 나간 영우가 밖에서 손뼉을 치면서,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샐록샐록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카랑카랑 찢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서둘러 가게에서 나와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렸다. 그랬더니 가게 앞에는 우리 반 친구 찬솔이가 있었다. 자전거를 탄 찬솔이는, 이제 바로 우리 앞에 날렵하게 자전거를 세우는 중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근육질의 찬솔이는, 자전거를 탄 모습이 오토바이를 탄 것처럼 늠름해 보였고, 말을 탄 사람처럼 굳세 보였다. "상우야, 마침 너희 집에 다녀오는 길..
2009.08.06 -
기말 고사를 마치고
2007.12.05 수요일 드디어 기말 고사가 끝났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3학년의 마지막 기말 고사를 후회 없이 보고 싶어서 일기까지 미뤄가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기말 고사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사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엄마한테 혼나고 걱정까지 들어가며 몰아붙인 벼락치기 공부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3학년 1년이 허무하게 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벼락공부로 몰아간 것 같다. 과정은 끔찍했지만 시험날인 오늘만큼은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자신만만했다. 자신에 넘치다 못해 심장이 바람을 꽉 채운 자동차 바퀴처럼 팽팽해져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가방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200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