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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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아주머니 덕분에 되새긴 나의 블로그
2011.04.22 금요일 "후우, 하~!" 오늘도 매점에는 학생들이 사탕에 개미 꼬이듯이 모였다. 나도 그중에 먹을 것을 얻으려는 일개미처럼 끼어서, 겨우겨우 카운터 앞까지 도착해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 학교 매점은 맛난 것들을 많이 팔아서 점심시간, 학교 끝난 후 할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복작북적거린다. 나는 카운터 앞에 잠시 몸을 기대어 헐떡인 뒤에, 지갑에서 천 원을 꺼내 내가 평소에 즐겨 먹는 과자를 사려 하였다. 어떤 선배가 군것질거리를 계산하고 있는데, 카운터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얘? 너 혹시 상우 아니니?" 하고 물어보셨다. 그 형아는 '웬 상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진짜 상우가 바로 옆에 있는데, 왜 엉뚱한 사람을 ..
2011.04.26 -
새 교과서 받는 날
2009.12.19 토요일 아침에 중이염과 축농증이 다시 겹쳤다. 머리가 어지럽고 목이 붓고, 기침이 쉬지 않고 커헉~ 커어~! 터지면서, 결국 제시간에 등교를 하지 못했다. 학교에 간신히 전화를 하고 죽은 듯이 잠들었다가, 늦은 3교시 시작할 때서야 나는 학교에 도착했다. 내가 쉬지 않고 학교에 간 이유는, 오늘 새 교과서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도 좋지만, 매년 새 교과서를 받는 일은, 큰 상을 받는 것처럼 가슴을 뛰게 했다. 나는 흐음 후, 흐음 후~ 가쁜 숨을 내쉬며, 계단을 올라 복도를 따라 절름절름 교실 앞에 도착했다. 목을 가다듬고, 장갑을 껴서 미끄러운 손으로 교실 뒷문의 금빛 문고리를 꽉 잡고 서서히 돌렸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빼끔 열렸다. 나는 그리로 ..
2009.12.21 -
2007.10.12 반지의 제왕
2007.10.12 금요일 중간 고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나는 기침을 쿨럭쿨럭거리며 휘어진 갈대처럼 고개를 숙이고 힘 없이 걸어왔다. 그 동안 떨어질 줄 모르는 감기와 시험 공부에 한없이 지친 나는 이제 노인이 된 기분으로 우리 집 벨을 눌렀다. 엄마가 "네 책상에 무엇이 있나 보렴!" 하셨을 때도 나는 시험이 끝났다고 책을 사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쪽지 한 장과 작은 검정색 복 주머니처럼 생긴 것이었다. '상우님, 블로그 대마왕이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대마왕이 되신 기념으로 반지를 드리겠습니다!' 라는 글을 읽기가 무섭게 나는 반지를 꺼내 보았다. 왕관 모양의 은빛 반지였는데 내가 원했던 금색은 아니었지만, 손가락에 끼고 높이 처들었더니 반지가..
2007.10.12 -
2006.08.18 실력
2006.08.18 금요일 오늘 난 피아노 학원에서 쏟아지는 칭찬을 들었다. 원장 선생님께서 "권박사 너 실력이 부쩍 늘었네!" 하며 어깨를 마구 때렸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자랑하였다. 나는 속으로 '내가 잘한게 뭐 한 두번 이었나?' 하고 으쓱했다. 처음 피아노를 칠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몇 주일 치고 나니 익숙해지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한 순간 한 순간이 평화롭고 마음에 안정이 와서 좋다.
2006.08.18 -
2006.06.27 성 교육
2006.06.27 우리 반은 오늘 2교시에 보건 교육실에 성교육을 받으러 갔다. 보건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순간 선생님이 엄청나게 무섭다는 걸 알았다. 그토록 시끄럽던 아이들을 엄한 목소리 한 마디로 입을 다물게 하셨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배꼽에 대해서 배우겠어요." 하시고는 컴퓨터로 슬라이드 쇼를 보여 주셨다. 그것은 아기가 나중엔 아기 물개 모양 만큼 커 가는 걸 보니까 나도 저랬겠구나 하고 놀라웠다. 우리는 배꼽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배꼽은 우리 몸의 자랑스러운 흉터다. 아기 때 엄마 탯줄과 연결되어 있다가 떨어져서 남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꼽은 아주 얇은 막으로 되어 있어서 조금만 긁어도 상처가 나기 때문에 남자건 여자건 조심해야한다. 나는 내 배꼽이 소중하고 귀여워서 두 손으로 감..
2006.06.27 -
2006.05.31 꼭대기
2006.05.31 수요일 우리는 지방 선거를 마치고 행주산성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행주산성 담벼락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 가족은 행주산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 양쪽은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힘들어서 땀을 많이 흘렸다. 맨 꼭대기에 올라 왔을 땐 탑이 하나 있었는데 탑 근처에서 아래를 보니 엄청나게 많은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래에는 강물과 주택들이 보였다. 강물 위에는 빨간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 위에는 차들이 빼곡히 차여 있었다. 나는 산 위에서 이런 멋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가지며 "아!" 소리를 질렀다.
200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