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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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국
2008.09.14 일요일 우리는 차가 밀려 점심 시간을 훨씬 넘겨 외가댁에 도착했다. 나는 외가댁에 도착하기 전부터 토란국이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였다. 엄마가 할머니께서 토란국을 끓여놓고, 기다리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토란국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다. 이름이 탱탱한 공 같은 느낌이 나는 걸 보니, 혹시 살구처럼 아삭아삭한 열매 맛이 날까? 외가댁 식탁에 앉아 할머니께서 부랴부랴 내주신 토란국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기와 무, 다시마 국물에 잠겨 있는 뿌연 토란은 물에 펄펄 끓여서 퍼진 마늘처럼 보였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엄마가 "이게 토란이야, 먹어 봐!" 하셨다. 나는 젓가락 두 개로 토란을 쿡 찌르고, 크레인으로 바위를 들어 올리듯이, 국물 속에서 토..
2008.09.16 -
아이들 녹이는 아이스 홍시
2008.06.16 월요일 4교시 수업 시간이 끝나고, 급식을 먹기 전 청소하는 도중에, 우리 반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하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았다. 오늘 나오는 급식에 아이스 홍시가 나온다는 거였다. 아이스 홍시?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나는 아이들이 그렇게 설레어 하는 아이스 홍시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급식을 받아보니, 아이스 홍시는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에 오목하게 담겨 있었다. 토마토처럼 붉은색이었고, 탱탱한 모양에서 서리처럼 하얗게 차가운 기운이 샤아아 뿜어져 나왔다. 나는 젓가락으로 요놈을 콕 찔러 들어 올려서 한입 '스읍'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차가운 눈을 먹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들더니, 온몸이 찌릿찌릿해져서 나는 "오오우!" ..
2008.06.18 -
2007.09.15 토굴 새우젓
2007.09.15 토요일 1교시 읽기 시간이었다. 오늘은 토굴 새우젓에 대해 배웠다. 토굴 새우젓 이야기를 다른 모둠이 읽고 있을 때, 너무 열중해 들어서 그런지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토굴 새우젓의 짠 맛이 입 안에 느껴지는 것이었다. 혀 가장자리에서 짭잘하고 떨떠름한 맛이 계속 맴돌았다. 그 맛을 느끼려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쭈욱 내밀어 쩝쩝거렸다. 5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오젓이고, 6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육젓이고, 가을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추젓이고,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잡은 어린 새우로 만든 젓은 자하젓이라고 한다니 읽으면서 왜 이렇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지, 읽기만 해도 맛있고 배가 불렀다. 내가 많이 먹어보지 않았던 새우젓에 대한 글을 읽고도 그 맛이 ..
200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