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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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귀한 손님
2010.01.09 일요일 교과부에 송고할 기사를 작성하려고 서울 국립과학관을 찾았다. 마침 할머니도 컴퓨터를 배우는데 숙제라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셔서 함께 길을 나섰다. 엄마랑 할머니랑 나는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탔다. 우리는 취재를 마치고 뿌듯한 기분으로, 과학관 앞에서 파는 붕어빵을 와작와작 과자 먹듯이 씹어먹었다. 너무 뜨거워 여기저기 팥을 떨어뜨리면서! 그리고 성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272번 버스는 곧 도착하였고, 우리는 버스 안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쏙 들어갔다. 버스는 출퇴근 시간도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할머니는 운전기사 아저씨 뒤편 셋째 자리에 앉으시고, 나와 엄마는 할머니 앞에 서서 덜컹거리는 버스와 함께 휘청거리면서 갔..
2011.01.13 -
전학 간 친구의 빈자리
2010.11.20 토요일 오늘은 민재가 전학 간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 민재는 우리 반에서 6학년 때 처음 전학을 간 기록을 남겼다. 5학년 때까지 많은 아이가 전학 가는 것을 보며 울었던 나는, 이제 전학 가는 것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가 민재와 인사를 나누며 울고 있을 때, 나는 사실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은 민재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나는 민재의 뒷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민재가 없으니 무언가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수업 시작할 때도, 회장인 민재를 대신해서 부회장인 은철이가 수업이 시작함을 알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이상해!", "어색하다." 하는 소리가 들렸..
2010.11.22 -
친구 집에서 먹은 치즈 떡볶이
2010.07.10 금요일 오늘 친구들과 영우와 오후 내내 축구를 하였다. 우리는 지치고 힘들고 목말라서 각자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재호가 "야, 우리 집에 가서 좀 쉬자!" 하였다. 마침 재호는 우리 집 바로 옆라인 1층에 살고 있어서 가까운 거리였다. 영우랑 나랑 재호는, 더운 날씨에 땀에 옷이 쩔어붙은 상태로 싸움이라도 한바탕 한 것처럼 절뚝거리며, 서로 부축을 하고 재호네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나는 재호 엄마 앞에서 "안녕하세요?" 하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공손한 아이로 돌변했다. 그러니 영우도 따라서 "안녕하세요?" 하며 카랑카랑하고 예쁘게 인사하였다. 재호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배고플 테니까 떡볶이를 만들어준다고 하셨다. "저, 저는 괜찮은데...", "아니야, 상우와 영우도..
2010.07.12 -
하늘의 눈물
2010.05.24 월요일 지금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엊그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도 하늘을 깜깜하게 덮어버리고 있다. 꼭 1년 전 돌아가신 그분을 애도하듯이 말이다. 어린 손녀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반항이라도 하듯, 개구쟁이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게 웃어주고, 나이 어린 학생에게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셨던 그분! 그분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며, 온 국민이 오늘 내리는 비처럼 펑펑 울었던 날이 바로 1년 전이다. 그날, 세상에 지진이 난 것처럼 충격적인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던 그날! 내가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보았던 날이었다. 아! 사실 나는 그분이 대통령이었을 땐, 너무 꼬맹이였다. 그래서 그냥 인상 좋은 대통령 아저씨로만 생각했었다. 내가..
2010.05.26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1탄
2010.05.02 일요일 과천 동물원 입구에서 표를 내고 들어서니 "아, 이제 동물원에 확실히 왔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은 아침 내내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한 배낭씩 둘러메고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 역에서 할머니와 만나, 동물원으로 향했다. 그 길이 너무 멀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코끼리 열차를 타고 매표소 입구까지 가는 길은, 상쾌한 오월의 바람에 가슴이 빵~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눈부셨다. 오랜만에 갠 날씨는 100년 만에 경험한 것처럼 푸르고 새로웠다. 동물원에 들어서자 간판 문이 눈에 띄었고, 물소와 기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분홍빛과 하얀빛이 우아한 홍학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홍학 옆에는 기린이, 긴 목과 다리를 쭉 뻗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특..
2010.05.05 -
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