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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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4 월요일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 안면도로 1박 2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그 1박 2일이 내게는 한 달만큼 긴 긴 여행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느끼고 얻은 것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그것들을 한꺼번에 다 적으려니 막막하였다. 그래서 나는 글감을 몇 개로 나누어 앞으로 며칠간에 걸쳐서 여행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다. 자! 다시 나는 여행 처음 무렵으로 돌아가겠다. 토요일 오후 2시, 나는 서해안 행담도 휴게소 정문 앞, 동그란 야외 탁자에 앉아 이제 곧 시작할 로스 안데스의 거리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라고 쓴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그 밑으로 네 명의 아저씨가 마이크 앞에 서서, 악기들을 투둥퉁 튕기며 점검해보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살펴보며 공연 준비를 하고 ..
2008.04.15 -
억울한 죽음
2008.04.02 수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구멍가게 앞에 놓인 건널목을 건너려고 할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맞은 편에서 오다가 내 앞을 스쳐가면서, 내 왼쪽 팔 등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손을 급히 뒤로 빼냈다. 요즘 뉴스에서 한창 방송 중인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서 재빨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니, 우산 2개를 들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아저씨가 납치범이 아니라, 골목에서 차가 지나가자 생각에 잠겨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를 붙잡아 준 사실을 깨닫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일어났던 두 여자 어린이 납치 살인 사건, 폭행 사건 때문에,..
2008.04.04 -
2006.10.24 나뭇잎을 찾아서
2006.10.24 화요일 저녁을 먹고 나뭇잎을 줏으러 근린 공원으로 나갔다. 트렉 입구 옆에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나뭇잎을 찾아 보았다. 싸늘한 바람이 '후어어' 하고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처음 집은 나뭇잎에는 송충이가 붙어 있었다. 나는 "으아아악" 하면서 그 나뭇잎을 던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 까뭇 까뭇한 나뭇잎을 부시럭 부시럭 밟으며 돌아 다니니까 내가 마치 겨울 준비를 하러 나온 두더쥐 같았다. 나는 단풍이나 은행같은 알록 달록한 나뭇잎을 원했지만 모두 갈색이고 낄쭉하고 인디언 깃털같은 모양이었다. 어떤 나뭇잎은 꺼끌 꺼끌했고 어떤 거는 뒷면이 가죽처럼 미끄러웠다. 나뭇잎들은 서로 서로 꼭 끌어 안고 더미로 쌓여 있었다.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날이 더 어두워..
2006.10.24 -
2006.05.10 인디언 가면
2006.05.10 수요일 민속 장신구를 만드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가면을 만들기 위해 가져온 두꺼운 종이를 꺼내었다. 거기다 나는 타원형을 그렸다. 그리고 영어 그림책에 있던 풀 그림을 오려서 가면의 볼 부분의 가장자리에 붙였다. 그리고 나는 왼쪽 눈 부분을 보라색으로 칠하고 오른쪽 눈 부분은 검은색 종이를 위에 붙여서 구멍을 뚫었다. 가면을 다 만들다 보니 무엇인가 부족한것 같아 창도 하나 두툼하게 만들었다. 가면을 쓰고 창을 드니 전쟁터에 나가는 인디언 같았다. 하지만 내가 나간 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칠판 앞에서 뚱그렇게 원을 그리고 춤을 추는 친구들 사이였다. 우리는 빙글 빙글 돌면서 인디언처럼 발을 굴렀다. 이렇게 같이 춤을 추니까 사이가 안 좋았던 우리 모둠 친구들이 예뻐 보였다.
200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