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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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비극
2010.04.01 목요일 사고가 일어난 지도 벌써 6일이 지났다. 6일 전 금요일, 그때 나는 깨어 있었고, 사고 상황을 뉴스를 보고 실시간으로 전해들었다. 난 내가 배에 갇힌 군인이 된 듯한 심정으로 애타게 기도했으며, 이것이 영화에 나오는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그리고 백령도 천안함 사건을 대하면서 많은 의문이 생긴다.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슬퍼하고 맘졸이고 생존자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46명이나 되는 젊은 생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다. 솔직히 나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군의 조치와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해군의 고속정이 사고 현장에 20분 만에 도착했는데, 장비 부족과 접근 불가로 전혀 구조를 하지 못하였..
2010.04.02 -
뚱뚱이는 나만 있는 게 아냐!
2008.11.06 목요일 오늘은 방과 후 열리는 힘찬이 교실에, 처음으로 들어간 날이다. 나는 집에 들러 가방을 내려놓고, 줄넘기를 들고 다시 학교 보건실로 달려갔다. 보건실에는 나보다 먼저 힘찬이 교실에 다니던 친한 친구 경훈이가 와 있었다. 선생님께서 지난주 체지방 측정할 때 내주신, 식사 습관 적어오기 숙제를 검사하시고 나서 "자, 모두 강당으로 가자!" 하셨다. 나는 볼이 포동포동하고 배가 불룩한, 나와 닮은 모양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며, 잔뜩 긴장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들떠서 큰소리로 경훈이에게 "지금 우리 뭐하러 가는 거야?"하고 물었다. 경훈이는 "쉿! 지금은 조용히 해야 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강당에 음악 줄넘기하러 가는 거야!"했다. 강당에 도착하자 보건 선생님께서 새로 온 아이들..
2008.11.07 -
사법연수원에서 술래잡기
2008.01.15 화요일 우리 가족은 사법연수원 졸업생 가족 대기실을 찾아 허둥지둥 뛰어갔다. 제2교실에서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막내 삼촌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실 입구부터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었고, 어른들 키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영우 손을 꽉 잡고 단단한 돌을 밀어내듯이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가, 고개를 자라같이 쑥 내밀고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졸업생들이 수료증을 받으려고 책상 앞에 대기하고 앉아 있다가, 이름이 불리면 차례대로 교탁 앞으로 나와 수료증을 받았다. 하나같이 양복을 입고 있어서 다 삼촌같이 보였다. 삼촌은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번쩍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치 우리를 애타게 기다..
2008.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