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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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알탕
2011.09.08. 목요일 뚜르긱~ 꼬르긱~ 꼭 작은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목, 아니 목 안이 간지럽다. 장미꽃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 쓰라리기도 하다. 푸울훡~ 푸훌웍~! 기침을 한번 하면 온몸이 놀이기구를 타듯이 흔들린다. 코에는 축축하게 기분 나쁜 콧물이 가득 차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콧물은 코가 헐 때까지 풀어도 나오지 않는데, 콧속에 마른 코가 보금자리를 틀었는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가끔 기침에 딸려 노란색 가래가 나온다. 아침에 먹었던 것들은 이미 토해, 지금쯤은 신 나는 배수관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눕기만 하면 땀이 뻘뻘 나고, 폭탄이 터지듯이 기침이 터져 나온다. 정말 폐에 구멍이라도 난 ..
2011.09.10 -
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
2010.01.01 금요일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아빠 엄마가 다니는 성서 학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께서 저녁을 사주셨다. 우리는 꼭꼭 자리를 좁혀 함께 차를 탔는데, 꼭 추운 한밤중에 이사하는 곰돌이 가족처럼, 하얀 눈이 쌓인 어두운 길을 덜컹덜컹 밥집을 찾아 달려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았던 플로리다에서는 1년 내내 따뜻해서 이렇게 추운 날이 없었단다! 가장 추운 겨울이 영상 5도, 6도였는데, 그렇게만 되도 사람들이 춥다고 난리였지!" 난 할머니 말씀이 신기했다. 겨울 내내 꽁꽁 추워서, 내가 사는 세상이 온통 추위로 얼어붙은 줄만 착각하고 있다가, 우리나라의 날씨와 전혀 다른 곳이 지구 안에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
2010.01.03 -
삼계탕의 효과
2008.07.30 수요일 어제가 중복이었는데 삼계탕을 못 먹어서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 댁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할머니께서 잘 아신다는 삼계탕 집을 향해, 낡고 좁은 골목길을 쭈욱 따라 걷다가 어떤 삼계탕 집을 발견했다. 그 집은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텔레비전에도 나왔던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나는 거기로 들어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할머니께서 우리가 가는 집은 저 밑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허름한 건물 안에 있었고, 사람이 없어서 아주 조용했다.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주인아주머니가 방으로 안내하였고, 방 안에는 이미 음식이 다 차려져 있었다. 커다란 뚝배기에 토종닭 한 마리와 까만 나뭇가지, 인삼 종류, 파가 하얀 국물에 잠겨 있..
2008.08.02 -
이 때우기
2008.07.24 목요일 치과에 영우 앞니를 뽑으러 따라갔다가, 나도 간 김에 같이 검사를 받아보다. 그런데 뜻밖에 영구치인 어금니가 조금 썩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병원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웠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취하지 말고 그냥 하자!" 하며 이 때울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누운 채로 선생님을 흘깃 올려다보며 "아픈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할 거야." 선생님은 입을 크게 '아' 벌리라 하고는, 말랑말랑한 초록색 천을 이 때울 자리만 남겨놓고 입안 전체에 착 덮어씌웠다. 그리고는 몇 번을 "더 크게 아~!" 한 다음,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집게 같은 것으로 위아래 입술을 찝어서 고정했다. 그랬더니 나는 붙잡힌 상어처럼 입을 아 벌..
2008.07.28 -
2007.10.19 보석같은 급식
2007.10.19 금요일 급식 시간이 되자 갑자기 어제 병원에서 들은 의사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죽 외에 다른 음식은 가려 먹으세요." 그래서 그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럼 죽이라도 싸온 것 있니?" 하셨다. 나는 "아니요." 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급식을 받을 때에도 주춤주춤 나갔다가 예림이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시 들어와 버렸다. 나는 급식 시간 내내 엎드리기도 하고 손바닥을 볼에 고이기도 하고 몸을 앞 뒤로 흔들거리면서 반 친구들이 급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따라 내 눈에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음식이 아니라 금으로 보였다. 보석처럼 노란 옥수수 알이 박힌 쌀 밥, 구수한 생선 찌개, 불 타는 빨간 루비같은 떡볶이, 진주 목걸이처럼 얼키설키 엉켜..
2007.10.19 -
2007.09.15 토굴 새우젓
2007.09.15 토요일 1교시 읽기 시간이었다. 오늘은 토굴 새우젓에 대해 배웠다. 토굴 새우젓 이야기를 다른 모둠이 읽고 있을 때, 너무 열중해 들어서 그런지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토굴 새우젓의 짠 맛이 입 안에 느껴지는 것이었다. 혀 가장자리에서 짭잘하고 떨떠름한 맛이 계속 맴돌았다. 그 맛을 느끼려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쭈욱 내밀어 쩝쩝거렸다. 5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오젓이고, 6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육젓이고, 가을에 잡은 새우로 만든 새우젓은 추젓이고,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잡은 어린 새우로 만든 젓은 자하젓이라고 한다니 읽으면서 왜 이렇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지, 읽기만 해도 맛있고 배가 불렀다. 내가 많이 먹어보지 않았던 새우젓에 대한 글을 읽고도 그 맛이 ..
200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