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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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빨래 널기
2013.08.16 금요일 여름이 막바지, 한낮의 기온이 33도가 넘는 더위 속에 나는 오늘도 윗옷을 입지 않은 채, 아래는 사각 팬티 차림으로 감질 나는 미니 선풍기 바람을 쐬며 집 안에 콕 틀어박혀 있다. 아무도 나를 보는 사람은 없다. 그때 엄마가 아래층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엄마는 보기만 해도 덥고 무거워 보이는 청바지 빨래 덩어리를 한꾸러미 안고, 잔뜩 인상을 쓰면서 말씀하셨다. "가서 널어!" 내가 군말 않고 아래로 내려가 엄마의 빨래를 받자마자 엄마는 쓰러지는 시늉을 하셨다. "잘 마르게 널어야 해~" 나는 물에 불어 축축하고 무거워진 빨래 덩어리들을 품에 안고, 2층 내방을 지나 어기적 어기적 다락방을 넘어 옥상으로 들어갔다. 이 옥상은 원래 다락방이었는데, 할머니께서 작은 텃밭을 가꾸려..
2013.08.17 -
못난이와 맹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6 수요일 펜션 앞마당에는 벚꽃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제일 굵은 벚꽃 나무 아래 낮은 울타리가 쳐 있고, 그 안에 하얀 개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우리를 보고 달려나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흥분했고, 한마리는 뭐가 불안한 듯, 개집 안에서 끙끙대며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참 못생겼다. 아니 못생겼다기보다는 너무 쭈글쭈글했다. 몸에 털이 없고, 귀는 머리에 찰떡처럼 달라붙었고, 코는 납작하고, 얼굴에 온통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주름이 졌다. 그리고 머리랑 몸통은 땅땅한데 비해, 다리는 너무 가늘어서 걸음걸이도 비척 비척 힘들어 보였다. 우스꽝스러운 몸에 비해 두 눈은 초록색 구슬을 박아놓은 것처럼 크고 맑았는데, 똘망똘망 물기가 어려 있는 게, 순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였다..
2008.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