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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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박물관, 아를 식물원 - 여름 방학 견학문
2009.08.22 토요일 1. 중남미 조각 공원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은,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나누어진 두 개의 건물과 야외 조각 공원, 중간에 작은 식당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곳이었다.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작품을 만지거나, 작품 앞에 그어놓은 빨간 선을 넘으면 안되었는데, 영우가 자꾸 그것을 어기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나와서, 야외 조각 공원으로 들어설 때야 비로소 숨을 크게 쉬며 입을 벌렸다. 조각 공원으로 들어가는 아치 모양의 새빨간 벽돌문을 통과할 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 눈이 한바탕 빙그르르 돌았다. 거기는 공원이 아니라 꼭 사원 같았다. 공원은 평평하지가 않고, 신전으로 향하는 것처럼 계단과 언덕이 가파르게 이어졌다...
2009.08.25 -
2007.09.22 친할아버지
2007.09.22 토요일 우리가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맨처음 벨을 아빠가 누르니까 집 안에서 할머니가 "방앗간 아저씨, 벌써 왔슈?" 하셨다. 아빠가 그 말을 듣고 급하게 "아니요, 상우네가 왔습니다!" 라고 하셨다. 안에서는 "상우야?" 하는 할머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고, 잠시 뒤 "끼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기다리시느라 양복까지 입고 계셨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 마루에 모여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 절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시려다가 "아이쿠, 이젠 할아버지가 상우를 안는 게 아니라 상우가 할아버지를 안아주어야겠구먼!" 하셨다. 처음에 할아버지 얼굴은 항상 그랬듯이 인조 인간처럼 빳빳하고 엄숙하셨는데, 오..
2007.09.22 -
2007.05.29 선생님
2007.05.29 화요일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일이면 서미순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공부하게 된다.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이번 주 수요일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때 난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왜 이리 뭉클한 걸까? 그냥 울고만 싶어진다. 우리 선생님은 엄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티가 나셨다. 그것은 학기 초에 우리에게 땅콩을 나누어 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딱딱한 땅콩의 껍질을 벗겨 가듯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 가라는 말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선생님은 운동회 때 우리가 너무 줄을 잘 안 서서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 목이 많이 쉬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목이 안 쉰 날보다 쉰 날이 더 많으셨던 것 ..
2007.05.29